새로운 것은 항상 눈길 끕니다. 언젠부턴가 서가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보다 인터넷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동영상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올 여름 무턱대고 시작한 `웨이크 보드'(Wake Board; 물에서 타는 보드)도 바로 인터넷 서핑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그 레저스포츠를 인터넷에서 발견한 후부터 여름 내내 북한강을 드나들었습니다. 웨이크 보드를 타면서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프리스타일'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곤 했었습니다.
날이 쌀쌀해 이제 강물에 들어가기는 힘들어졌네요. 다시 인터넷을 헤맸습니다. 가을을 보낼 만한 `프리라이딩'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역시 인터넷은 새로운 놀이가 태어나는 곳입니다. 신기한 놀이기구를 찾아내지 않았겠습니까. 이름하여 `스네이크보드'(SnakeBoard). 뭐 `뱀판'이라고? 이름은 흉측하지만 미디어플레이어로 보니 뱀의 곡선을 그리며 타는 모습이 여간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세대의 놀이문화도 엿볼 겸, 스네이크보드 묘기도 구경할 겸 지난 토요일에는 `스네이커'들이 주말마다 모인다는 서울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천둥번개가 치던 오후 4시, 스네이커가 하나 둘씩 나타났습니다. 직장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학생이더군요. 그러나 누가 직장인이고 누가 학생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겐 스네이크보드를 좋아하면 그뿐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보드 모양이 특이하네요. 스케이트보드를 발판만 잘라내서 중간에 뼈대로 이어놓은 모양이 징그럽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양쪽 발판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계속 가야 하는 스케이트보드와는 달리 땅에 보드를 붙이고 한 자리에서 360%를 돌 수도 있습니다.
다음카페 스네이크보드 동호회 회장인 김형인(대학 3년)의 시범을 보니 왜 `스네이크 보드'란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더군요. 뱀이 좌우로 머리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스네이크보드는 양 발판을 흔들면서 나아갑니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발을 폈다 오므렸다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막에서 독사가 머리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옆으로 `스스슥' 이동하는 것처럼 옆으로 미끄러지는 형인의 `사이드 와인드' 솜씨가 일품입니다.
형인은 `자유로움'이 좋아 스네이크보드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자기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편하게 탈 수 있고 회전반경이 1m 이내여서 좁은 공간에서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스네이크보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도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 의해서입니다. 198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임스 피셔와 올리버 맥러드 스미스란 두 대학생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노보드'를 만들다가 스네이크보드를 개발했다고 하더군요.
요즘 디지털 세대들이 자유로움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스네이크보더가 최근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는군요. 형인이 운영하는 다음 스네이크보드 동호회 회원도 올 초에 비해서 4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회원 중 일부는 스네이크보드로 묘기(트릭)를 부리기도 합니다. 스케이트보드보다 더욱 다양한 트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발목을 보드와 고정시켜주는 바인딩만 붙이면 점프는 기본이고 그 밖의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답니다.
형인은 벌떡 일어나 벤치 모서리를 따라 보딩하는 묘기를 보여줍니다. 스네이크보드의 장점 중 하나가 평지는 물론이고 언덕을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형인처럼 여러 트릭을 보여줄 수 있는 스네이커가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인 유민선을 비롯한 3~4명을 제외하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친구들이라는군요.
곽주경(여·대학 2년)은 이 동호회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남자 친구를 따라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스네이크보드의 매력에 쏙 빠졌답니다. 처음에는 허벅지 바깥쪽이 멍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일단 한번 맛을 들이고 나니 그 재미는 다른 어떤 스포츠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요. 지금은 스네이크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어디에서 보딩을 하든 눈길을 끌지만, 아시잖아요. 이제 이런 스포츠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
그녀의 보딩을 보니 `아스팔트 위의 자유로움'이 싱그럽게만 느껴집니다. 스네이크보드는 여성이 더 빠르게 배운다는 것도 알려주더군요. 허리와 무릎관절을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이 쉽게 적응을 한다네요.
저, 진이(眞e)도 용기를 내서 스네이크보드 발판에 두 발을 올려 봅니다. 몇 번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네요. 역시 처음부터 쉬운 일이란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안 주변에선 스네이커들이 신나게 보드를 탑니다. 이리저리 제 멋대로 보딩하는 모습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군무(群舞)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달리며 뒹굴지요.
젊은 세대들의 레저스포츠, 특히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웨이크보드' `스네이크보드' `서핑보드' 등의 보드 스포츠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의 스포츠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스포츠에선 누군가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프리스타일의 보드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하다 못해 기록 경신이라도 해야지 스포츠일 것 같지만, 보더들은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스로 만족하면 그 뿐입니다. 누군가를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함께 어울리거나, 아니면 혼자 즐김으로써 각자가 행복한 그런 놀이입니다. 이들에게는 승부보다는 `즐거움'이, 규칙보다는 `자유로움'이 훨씬 중요한 가치지요.
오늘 밤 스네이커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시끌벅적하게 밤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프라인에선 헤어졌더라도 사이버 공간(인터넷)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보딩 폼에 대해 평가하고 새로운 트릭을 고민하느라 한판 수다를 떨 테니까요. 그럴 때는 인터넷이 제2의 놀이 공간이 됩니다.
인터넷은 각종 보드 동호회가 태어나 성장하는 채널입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스네이크보드가 이렇게 알려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디지털 세대와 인터넷이 스포츠와 만나면서 보드 마니아들은 겨울엔 눈 위의 스노보드, 여름엔 물 위의 웨이크보드, 그리고 봄·가을엔 아스팔트 위의 스케이트보드와 스네이크보드로 놀이의 장소를 옮기면서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형인은 겨울이 되면 강원도에서 스네이크보드의 형님뻘인 스노보드를 탈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스노보드 동호회가 왁자지껄해지겠지요. 스노보드를 생각하니 새삼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이름도 생소한 그 레저스포츠를 인터넷에서 발견한 후부터 여름 내내 북한강을 드나들었습니다. 웨이크 보드를 타면서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프리스타일'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곤 했었습니다.
날이 쌀쌀해 이제 강물에 들어가기는 힘들어졌네요. 다시 인터넷을 헤맸습니다. 가을을 보낼 만한 `프리라이딩'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역시 인터넷은 새로운 놀이가 태어나는 곳입니다. 신기한 놀이기구를 찾아내지 않았겠습니까. 이름하여 `스네이크보드'(SnakeBoard). 뭐 `뱀판'이라고? 이름은 흉측하지만 미디어플레이어로 보니 뱀의 곡선을 그리며 타는 모습이 여간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세대의 놀이문화도 엿볼 겸, 스네이크보드 묘기도 구경할 겸 지난 토요일에는 `스네이커'들이 주말마다 모인다는 서울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천둥번개가 치던 오후 4시, 스네이커가 하나 둘씩 나타났습니다. 직장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학생이더군요. 그러나 누가 직장인이고 누가 학생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겐 스네이크보드를 좋아하면 그뿐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보드 모양이 특이하네요. 스케이트보드를 발판만 잘라내서 중간에 뼈대로 이어놓은 모양이 징그럽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양쪽 발판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계속 가야 하는 스케이트보드와는 달리 땅에 보드를 붙이고 한 자리에서 360%를 돌 수도 있습니다.
다음카페 스네이크보드 동호회 회장인 김형인(대학 3년)의 시범을 보니 왜 `스네이크 보드'란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더군요. 뱀이 좌우로 머리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스네이크보드는 양 발판을 흔들면서 나아갑니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발을 폈다 오므렸다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막에서 독사가 머리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옆으로 `스스슥' 이동하는 것처럼 옆으로 미끄러지는 형인의 `사이드 와인드' 솜씨가 일품입니다.
형인은 `자유로움'이 좋아 스네이크보드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자기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편하게 탈 수 있고 회전반경이 1m 이내여서 좁은 공간에서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스네이크보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도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 의해서입니다. 198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임스 피셔와 올리버 맥러드 스미스란 두 대학생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노보드'를 만들다가 스네이크보드를 개발했다고 하더군요.
요즘 디지털 세대들이 자유로움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스네이크보더가 최근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는군요. 형인이 운영하는 다음 스네이크보드 동호회 회원도 올 초에 비해서 4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회원 중 일부는 스네이크보드로 묘기(트릭)를 부리기도 합니다. 스케이트보드보다 더욱 다양한 트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발목을 보드와 고정시켜주는 바인딩만 붙이면 점프는 기본이고 그 밖의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답니다.
형인은 벌떡 일어나 벤치 모서리를 따라 보딩하는 묘기를 보여줍니다. 스네이크보드의 장점 중 하나가 평지는 물론이고 언덕을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형인처럼 여러 트릭을 보여줄 수 있는 스네이커가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인 유민선을 비롯한 3~4명을 제외하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친구들이라는군요.
곽주경(여·대학 2년)은 이 동호회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남자 친구를 따라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스네이크보드의 매력에 쏙 빠졌답니다. 처음에는 허벅지 바깥쪽이 멍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일단 한번 맛을 들이고 나니 그 재미는 다른 어떤 스포츠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요. 지금은 스네이크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어디에서 보딩을 하든 눈길을 끌지만, 아시잖아요. 이제 이런 스포츠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
그녀의 보딩을 보니 `아스팔트 위의 자유로움'이 싱그럽게만 느껴집니다. 스네이크보드는 여성이 더 빠르게 배운다는 것도 알려주더군요. 허리와 무릎관절을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이 쉽게 적응을 한다네요.
저, 진이(眞e)도 용기를 내서 스네이크보드 발판에 두 발을 올려 봅니다. 몇 번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네요. 역시 처음부터 쉬운 일이란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안 주변에선 스네이커들이 신나게 보드를 탑니다. 이리저리 제 멋대로 보딩하는 모습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군무(群舞)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달리며 뒹굴지요.
젊은 세대들의 레저스포츠, 특히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웨이크보드' `스네이크보드' `서핑보드' 등의 보드 스포츠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의 스포츠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스포츠에선 누군가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프리스타일의 보드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하다 못해 기록 경신이라도 해야지 스포츠일 것 같지만, 보더들은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스로 만족하면 그 뿐입니다. 누군가를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함께 어울리거나, 아니면 혼자 즐김으로써 각자가 행복한 그런 놀이입니다. 이들에게는 승부보다는 `즐거움'이, 규칙보다는 `자유로움'이 훨씬 중요한 가치지요.
오늘 밤 스네이커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시끌벅적하게 밤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프라인에선 헤어졌더라도 사이버 공간(인터넷)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보딩 폼에 대해 평가하고 새로운 트릭을 고민하느라 한판 수다를 떨 테니까요. 그럴 때는 인터넷이 제2의 놀이 공간이 됩니다.
인터넷은 각종 보드 동호회가 태어나 성장하는 채널입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스네이크보드가 이렇게 알려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디지털 세대와 인터넷이 스포츠와 만나면서 보드 마니아들은 겨울엔 눈 위의 스노보드, 여름엔 물 위의 웨이크보드, 그리고 봄·가을엔 아스팔트 위의 스케이트보드와 스네이크보드로 놀이의 장소를 옮기면서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형인은 겨울이 되면 강원도에서 스네이크보드의 형님뻘인 스노보드를 탈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스노보드 동호회가 왁자지껄해지겠지요. 스노보드를 생각하니 새삼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