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남단(Lower Manhattan)에는 동쪽 이스트 강에서 서쪽 허드슨 강까지 쌓은 통나무 방벽에서 유래했다는 월 스트리트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거리의 서쪽 끝에는 지은 지 156년이 됐다는 갈색 석조 건물인 트리니티 교회가 회색 고층빌딩 사이에 이채롭게 서있지요. 그리고 그 위쪽으론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가 있습니다. 그라운드 제로는 세계무역센터(WTC; World Trade Center)가 있던 자리가 폐허가 됐음을 의미하는 데, 이젠 뉴욕의 테러현장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습니다.
나, 진이(眞e)는 지난 9월28일 3000명의 죄 없는 영혼이 묻힌 곳, 그라운드 제로에 섰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아 뉴저지 방향의 허드슨 강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던 WTC는 없었습니다. 한때 1200개 기업, 5만 명의 직원이 일하고 하루 평균 8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는 WTC는 높은 철조망에 둘러싸인 채 그라운드 제로의 정적만이 가득합니다.
그라운드 제로의 바로 옆에는 첨탑이 달린 성 바울 예배당이 있습니다. 예배당을 에워싼 담벼락에는 9·11테러로 남편을, 자식을, 그리고 부모를 읽은 사람들과 숨진 이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걸어놓은 모자와 옷가지, 사진 등이 빛이 바랜 채 그 날의 참혹한 광경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빠. 보고싶어요(Dad. I miss you)". 한 아이가 성조기에 남긴 글이 가슴에 닿습니다. 뉴욕 소방서의 한 지구대 대원들은 숨진 동료의 사진이 인쇄된 흰색 천에 그를 추모하는 글을 깨알같이 적어 벽에 걸었습니다. 일본의 모 중학교 7000여 학생들은 각자 한 마리씩 종이학을 접어 원혼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단란했던 모습의 가족사진과 함께 사연을 적은 유가족의 편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성조기와 뉴욕 소방관 모자,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입었던 옷가지가 빼곡합니다. 1년이 지났건만 `추모의 벽'에는 추모의 행렬이 끊이질 않습니다. 뉴욕, 아니 미국인들에게 9·11 사건은 여전히 생생한 것 같습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NYFD(뉴욕소방서; New York Fire Department), NYPD(뉴욕경찰; NY Police Department)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여러 곳에 표출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추모의 벽엔 FD와 PD의 노고와 용기에 대한 찬사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인접 거리에선 노점상들이 `'FD&PD`'NYFD'라고 쓰여진 모자와 티셔츠를 불티나게 팔고 있었습니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인들의 마음 속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영웅주의가 자리를 싹튼 것 같습니다. 뉴욕 곳곳의 집, 자동차, 상점 등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가운데 미국의 언론들은 계속해서 `9·11의 영웅'들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뉴욕행 비행기에서 받아 본 헤럴드 트리뷴지의 1면과 5면에는 뉴욕 소방서 소속 미챌 저지 신부의 얘기가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그는 9·11 현장에서 먼저 숨진 한 소방대원 옆에 무릎을 꿇고 헬멧을 벗어놓은 채 의식을 진행하다 건물 파편에 맞아 목숨을 잃었지요. 헤럴드 트리뷴지는 뉴저지 토토와에 있는 그의 묘지에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추모하고 있다면서, 그가 성인(聖人)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웅주의는 `토이스 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의 유명한 완구점인 이곳에서 뉴욕의 어린이들과 미국 각지의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어린이용으로 작게 제작된 뉴욕 소방대원들의 옷과 모자를 사고 있었습니다. 뉴욕 경찰관들의 인기도 높습니다. 아무도 이들의 말을 거역하지 않아 그만큼 범죄발생건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필라델피아에 추락했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에 탑승해 각자의 휴대폰으로 전화 교환원, 자신의 어머니와 부인에게 비행기 납치상황을 자세히 전했고 테러리스트들에 맞섰던 것으로 추측되는 4명은 `영웅 중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라클사의 세일즈 매니저였던 토드 비머, 메디컬 연구개발 기업의 CEO였던 톰 버넷, 캘리포니아 인터넷회사의 세일즈맨이었던 제레미 그릭, 홍보회사의 대표이사였던 마크 빙햄입니다. 이중 토드 비머는 부인(리자 비머)과 이름이 같은 일리노이스 전화국 교환원인 리자 제퍼슨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여준 침착한 태도로 인해 전 미국인의 마음속에 영웅으로서의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 그를 기리기 위한 `토드 비머 재단'(The Todd M. Beamer Foundation)이 설립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리사 비머는 `스타'가 됐습니다.
`식스맨 스토리'는 아직도 미국인들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뉴욕 6지구 소속의 존 조나스 대장을 비롯한 6명의 소방대원은 사건 당일 무너지기 직전의 북쪽 건물 안에서 탈진 상태의 흑인 여성인 조세핀 해리스를 발견, 그녀를 포기하지 않은 채 끝까지 함께 동행하다가 무너진 건물 속에 매몰될 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요. 또 북쪽 건물 81층의 한 통신회사에 근무했던 마이클 벤판트와 존 세르퀘이라도 68층에서 휠체어에 탄 채 오도가도 못하게 된 41세의 장애인인 티나 한센을 둘러메고 아수라장을 빠져나와 일약 영웅이 됐습니다.
그밖에 9·11 현장에서 활약한 의사, 간호사, 응급조치 요원,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헬기 조종사, 목사, 창문 청소부, 고교생, 폭탄 처리반원, 조명기사, 공무원 등 `9.11의 영웅'들은 실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라이프지는 최근 `One Nation. America Remembers September 11, 2001'이란 화보집을 통해 영웅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을 앞둔 미국은 지금 새로운 영웅주의(heroism)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나, 진이(眞e)는 지난 9월28일 3000명의 죄 없는 영혼이 묻힌 곳, 그라운드 제로에 섰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아 뉴저지 방향의 허드슨 강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던 WTC는 없었습니다. 한때 1200개 기업, 5만 명의 직원이 일하고 하루 평균 8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는 WTC는 높은 철조망에 둘러싸인 채 그라운드 제로의 정적만이 가득합니다.
그라운드 제로의 바로 옆에는 첨탑이 달린 성 바울 예배당이 있습니다. 예배당을 에워싼 담벼락에는 9·11테러로 남편을, 자식을, 그리고 부모를 읽은 사람들과 숨진 이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걸어놓은 모자와 옷가지, 사진 등이 빛이 바랜 채 그 날의 참혹한 광경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빠. 보고싶어요(Dad. I miss you)". 한 아이가 성조기에 남긴 글이 가슴에 닿습니다. 뉴욕 소방서의 한 지구대 대원들은 숨진 동료의 사진이 인쇄된 흰색 천에 그를 추모하는 글을 깨알같이 적어 벽에 걸었습니다. 일본의 모 중학교 7000여 학생들은 각자 한 마리씩 종이학을 접어 원혼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단란했던 모습의 가족사진과 함께 사연을 적은 유가족의 편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성조기와 뉴욕 소방관 모자,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입었던 옷가지가 빼곡합니다. 1년이 지났건만 `추모의 벽'에는 추모의 행렬이 끊이질 않습니다. 뉴욕, 아니 미국인들에게 9·11 사건은 여전히 생생한 것 같습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NYFD(뉴욕소방서; New York Fire Department), NYPD(뉴욕경찰; NY Police Department)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여러 곳에 표출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추모의 벽엔 FD와 PD의 노고와 용기에 대한 찬사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인접 거리에선 노점상들이 `'FD&PD`'NYFD'라고 쓰여진 모자와 티셔츠를 불티나게 팔고 있었습니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인들의 마음 속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영웅주의가 자리를 싹튼 것 같습니다. 뉴욕 곳곳의 집, 자동차, 상점 등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가운데 미국의 언론들은 계속해서 `9·11의 영웅'들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뉴욕행 비행기에서 받아 본 헤럴드 트리뷴지의 1면과 5면에는 뉴욕 소방서 소속 미챌 저지 신부의 얘기가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그는 9·11 현장에서 먼저 숨진 한 소방대원 옆에 무릎을 꿇고 헬멧을 벗어놓은 채 의식을 진행하다 건물 파편에 맞아 목숨을 잃었지요. 헤럴드 트리뷴지는 뉴저지 토토와에 있는 그의 묘지에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추모하고 있다면서, 그가 성인(聖人)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웅주의는 `토이스 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의 유명한 완구점인 이곳에서 뉴욕의 어린이들과 미국 각지의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어린이용으로 작게 제작된 뉴욕 소방대원들의 옷과 모자를 사고 있었습니다. 뉴욕 경찰관들의 인기도 높습니다. 아무도 이들의 말을 거역하지 않아 그만큼 범죄발생건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필라델피아에 추락했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에 탑승해 각자의 휴대폰으로 전화 교환원, 자신의 어머니와 부인에게 비행기 납치상황을 자세히 전했고 테러리스트들에 맞섰던 것으로 추측되는 4명은 `영웅 중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라클사의 세일즈 매니저였던 토드 비머, 메디컬 연구개발 기업의 CEO였던 톰 버넷, 캘리포니아 인터넷회사의 세일즈맨이었던 제레미 그릭, 홍보회사의 대표이사였던 마크 빙햄입니다. 이중 토드 비머는 부인(리자 비머)과 이름이 같은 일리노이스 전화국 교환원인 리자 제퍼슨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여준 침착한 태도로 인해 전 미국인의 마음속에 영웅으로서의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 그를 기리기 위한 `토드 비머 재단'(The Todd M. Beamer Foundation)이 설립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리사 비머는 `스타'가 됐습니다.
`식스맨 스토리'는 아직도 미국인들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뉴욕 6지구 소속의 존 조나스 대장을 비롯한 6명의 소방대원은 사건 당일 무너지기 직전의 북쪽 건물 안에서 탈진 상태의 흑인 여성인 조세핀 해리스를 발견, 그녀를 포기하지 않은 채 끝까지 함께 동행하다가 무너진 건물 속에 매몰될 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요. 또 북쪽 건물 81층의 한 통신회사에 근무했던 마이클 벤판트와 존 세르퀘이라도 68층에서 휠체어에 탄 채 오도가도 못하게 된 41세의 장애인인 티나 한센을 둘러메고 아수라장을 빠져나와 일약 영웅이 됐습니다.
그밖에 9·11 현장에서 활약한 의사, 간호사, 응급조치 요원,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헬기 조종사, 목사, 창문 청소부, 고교생, 폭탄 처리반원, 조명기사, 공무원 등 `9.11의 영웅'들은 실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라이프지는 최근 `One Nation. America Remembers September 11, 2001'이란 화보집을 통해 영웅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을 앞둔 미국은 지금 새로운 영웅주의(heroism)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