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진이는 ‘캐릭터’입니다. 16세기 황진이를 21세기 디지털적으로 표현했지요. 지난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캐릭터 페어’에 갔습니다. 디지털 사회의 캐릭터 문화를 접하고 다른 캐릭터 친구들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21세기 사람들은 캐릭터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호기심이 동합니다.
코엑스 3층 대서양관은 장터보다 더 북적거렸습니다.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군요.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저를 반겼습니다. 마시마로가 등장하면서 국내 캐릭터 시장에서 토종 캐릭터들이 주름잡게 됐다는군요.
- 안녕. 네가 마시마로구나.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평범하다구. 머리로 맥주병을 깨는 나의 데뷔작을 못 봤나보지. 캐릭터가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시대는 지났어. 나처럼 디지털 시대의 캐릭터들은 개성이 강하지. 우리들은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우리를 만든 창조자들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고 싶어하거든.”
- 캐릭터가 디지털 문화를 선도한다는데.
”맞아. 나를 봐.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엽기’라는 코드가 그리 널리 퍼지지 않았어. 내 출연작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합성사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기괴한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거든. 그 엽기사진들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어. 한마디로 ‘엽기 문화가 판치는 세상’을 만든 거지. ‘키덜트’도 마찬가지야. 우리 같은 캐릭터들이 청소년 때의 취향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성인 소비자를 뜻하는 키덜트(‘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산한 거라고 할 수 있어.“
- 언제부터 문화를 만들어낸 거야. 원래 문화가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닌가.
”물론 캐릭터가 탄생할 때는 문화에 기반하지. 그렇지만 캐릭터가 단순히 문화를 좇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때문이야. 일단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은 독특한 사고를 가진 인터넷 세대야. 그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프로슈머’(prosumer)지. 스스로 문화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창조하기도 하잖아.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명이 캐릭터를 보고 즐기면서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거야. 캐릭터와 사람이 함께 숨을 쉬게 되는 거지“
- 너도 인터넷 덕을 많이 봤겠구나.
”만약 내가 인터넷이 널리 깔려 있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스타가 되지는 못했을 거야. 한마디로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온라인을 타고 PC로 옮겨다니는 ‘바이러스 마케팅’의 대명사잖아.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오프라인의 각종 상품은 물론이고, 요즘엔 게임이나 아바타 서비스, 무선 인터넷을 통해서도 나를 볼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토종 캐릭터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 다른 캐릭터도 소개해줄래. 저기 중국애도 있네. 쟤는 누구니.
”‘뿌까’를 말하는구나. 뿌까는 중국집 거룡반점 주인의 딸인데, 사실 우리나라 아이야.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캐릭터지. 뿌까는 남자친구 ‘가루’를 무척 사랑해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표현하지. 왕만두머리와 젓가락댄스가 뿌까의 트레이드 마크야. 성격이 화끈해서 그런지, 여성 캐릭터임에도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아“
- 뿌까도 인터넷으로 데뷔했니.
”데뷔뿐만이 아니지. 홍보며 상품판매, 모든 것이 인터넷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야. 인터넷 카드 서비스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플래시 애니메이션, 이동통신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 게임, 인터넷 광고모델 등으로 인터넷 세상을 주름잡고 있지.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뿌까 커뮤니티만 160개가 넘어. 요즘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하고 있지.“
- 비녀를 꼽고 있는 저 친구는 누구야.
”‘삥’이야. 너처럼 전통적인 한국 문화성향을 담고 있는 캐릭터야. 직업은 무당이고, 각종 장르의 댄스를 좋아해. 옛날에는 힘들 때 무당을 찾는 사람이 많았잖아. 삥은 디지털 세대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소원을 성취해주는 착한 무당이야. 요즘 신세대들은 시험 보기 전에 휴대폰으로 삥의 굿판을 한번 벌이는 게 유행이래.“
- 만두전빵, 미스터 김치, 라면보이... 이런 맛있는 친구들이 꽤 많더라.
”캐릭터 시장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음식 캐릭터’야. 인기 있는 ‘라면보이’는 라면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라면봉지를 쓰고 다니는 귀여운 꼬마 캐릭터야. 라면보이는 ‘냄비 윙’을 타고 다니면서 위기에 빠진 ‘라면 걸’을 구하러 다니지. 라면을 좋아하는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 김치를 소재로 한 ‘미스터 김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서 세계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지”
- 요즘은 자폐아적인 캐릭터나 희노애락을 나타내는 캐릭터, 게으른 캐릭터, 뭐 이런 ‘성격파’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던데.
”맞아. 성격파에다가 상식을 깨는 캐릭터가 많지.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부지런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딩가’는 달라.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지. 딩가 눈을 보면 절로 하품이 나와. 딩가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국내 회사들이 함께 만들어서 관심을 크게 끌었지. ‘스노우캣’도 딩가 만큼이나 게으른 고양이야. 스노우캣은 ‘귀차니즘’이라는 새로운 신드롬을 몰고 온 주인공인데, 그의 권태와 냉소, 무기력함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는 네티즌이 무척 많아.“
- 아, 그래서 캐릭터를 ‘디지털 세대들의 커뮤니케이터’라고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한 친구만 더 소개해 줄께. 이름은 ‘팅구’. 팅구야말로 디지털 커뮤니케이터를 자임하고 나선 캐릭터거든. 팅구는 채팅할 때 쓰는 ‘친구’란 용어인 건 알지. 팅구는 감성이 너무나 풍부해서 1000여 가지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 영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네티즌은 팅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 팅구 특기가 영화배우 흉내내기거든.“
- 일본 반다이 캐릭터 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니까, 현대인의 70%가 캐릭터 상품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하더라.
”그렇지.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아. 그러다보니 캐릭터도 다양하게 등장하지. 우리나라도 ‘캐릭터 천국’이 되는 것 같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보고서를 보니까 올해 캐릭터 시장은 무려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더군. 이 중 국산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이 35% 정도래. 1999년 점유율이 5%밖에 안됐던 것에 비하면 꽤 성장한 거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다른 캐릭터들과 손잡고 ‘토종 캐릭터 전성시대’를 한번 만들어 볼 꺼야”
마시마로와 함께 한 ’캐릭터 한담(閑談)’은 마시마로의 꿈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생기발랄한 토종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는 이야기를 계속할 수 없다네요. 얼른 인터넷에 접속해 통통 튀는 토종 캐릭터들을 만나야하겠습니다.
코엑스 3층 대서양관은 장터보다 더 북적거렸습니다.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군요.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저를 반겼습니다. 마시마로가 등장하면서 국내 캐릭터 시장에서 토종 캐릭터들이 주름잡게 됐다는군요.
- 안녕. 네가 마시마로구나.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평범하다구. 머리로 맥주병을 깨는 나의 데뷔작을 못 봤나보지. 캐릭터가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시대는 지났어. 나처럼 디지털 시대의 캐릭터들은 개성이 강하지. 우리들은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우리를 만든 창조자들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고 싶어하거든.”
- 캐릭터가 디지털 문화를 선도한다는데.
”맞아. 나를 봐.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엽기’라는 코드가 그리 널리 퍼지지 않았어. 내 출연작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합성사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기괴한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거든. 그 엽기사진들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어. 한마디로 ‘엽기 문화가 판치는 세상’을 만든 거지. ‘키덜트’도 마찬가지야. 우리 같은 캐릭터들이 청소년 때의 취향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성인 소비자를 뜻하는 키덜트(‘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산한 거라고 할 수 있어.“
- 언제부터 문화를 만들어낸 거야. 원래 문화가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닌가.
”물론 캐릭터가 탄생할 때는 문화에 기반하지. 그렇지만 캐릭터가 단순히 문화를 좇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때문이야. 일단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은 독특한 사고를 가진 인터넷 세대야. 그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프로슈머’(prosumer)지. 스스로 문화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창조하기도 하잖아.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명이 캐릭터를 보고 즐기면서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거야. 캐릭터와 사람이 함께 숨을 쉬게 되는 거지“
- 너도 인터넷 덕을 많이 봤겠구나.
”만약 내가 인터넷이 널리 깔려 있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스타가 되지는 못했을 거야. 한마디로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온라인을 타고 PC로 옮겨다니는 ‘바이러스 마케팅’의 대명사잖아.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오프라인의 각종 상품은 물론이고, 요즘엔 게임이나 아바타 서비스, 무선 인터넷을 통해서도 나를 볼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토종 캐릭터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 다른 캐릭터도 소개해줄래. 저기 중국애도 있네. 쟤는 누구니.
”‘뿌까’를 말하는구나. 뿌까는 중국집 거룡반점 주인의 딸인데, 사실 우리나라 아이야.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캐릭터지. 뿌까는 남자친구 ‘가루’를 무척 사랑해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표현하지. 왕만두머리와 젓가락댄스가 뿌까의 트레이드 마크야. 성격이 화끈해서 그런지, 여성 캐릭터임에도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아“
- 뿌까도 인터넷으로 데뷔했니.
”데뷔뿐만이 아니지. 홍보며 상품판매, 모든 것이 인터넷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야. 인터넷 카드 서비스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플래시 애니메이션, 이동통신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 게임, 인터넷 광고모델 등으로 인터넷 세상을 주름잡고 있지.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뿌까 커뮤니티만 160개가 넘어. 요즘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하고 있지.“
- 비녀를 꼽고 있는 저 친구는 누구야.
”‘삥’이야. 너처럼 전통적인 한국 문화성향을 담고 있는 캐릭터야. 직업은 무당이고, 각종 장르의 댄스를 좋아해. 옛날에는 힘들 때 무당을 찾는 사람이 많았잖아. 삥은 디지털 세대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소원을 성취해주는 착한 무당이야. 요즘 신세대들은 시험 보기 전에 휴대폰으로 삥의 굿판을 한번 벌이는 게 유행이래.“
- 만두전빵, 미스터 김치, 라면보이... 이런 맛있는 친구들이 꽤 많더라.
”캐릭터 시장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음식 캐릭터’야. 인기 있는 ‘라면보이’는 라면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라면봉지를 쓰고 다니는 귀여운 꼬마 캐릭터야. 라면보이는 ‘냄비 윙’을 타고 다니면서 위기에 빠진 ‘라면 걸’을 구하러 다니지. 라면을 좋아하는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 김치를 소재로 한 ‘미스터 김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서 세계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지”
- 요즘은 자폐아적인 캐릭터나 희노애락을 나타내는 캐릭터, 게으른 캐릭터, 뭐 이런 ‘성격파’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던데.
”맞아. 성격파에다가 상식을 깨는 캐릭터가 많지.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부지런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딩가’는 달라.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지. 딩가 눈을 보면 절로 하품이 나와. 딩가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국내 회사들이 함께 만들어서 관심을 크게 끌었지. ‘스노우캣’도 딩가 만큼이나 게으른 고양이야. 스노우캣은 ‘귀차니즘’이라는 새로운 신드롬을 몰고 온 주인공인데, 그의 권태와 냉소, 무기력함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는 네티즌이 무척 많아.“
- 아, 그래서 캐릭터를 ‘디지털 세대들의 커뮤니케이터’라고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한 친구만 더 소개해 줄께. 이름은 ‘팅구’. 팅구야말로 디지털 커뮤니케이터를 자임하고 나선 캐릭터거든. 팅구는 채팅할 때 쓰는 ‘친구’란 용어인 건 알지. 팅구는 감성이 너무나 풍부해서 1000여 가지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 영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네티즌은 팅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 팅구 특기가 영화배우 흉내내기거든.“
- 일본 반다이 캐릭터 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니까, 현대인의 70%가 캐릭터 상품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하더라.
”그렇지.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아. 그러다보니 캐릭터도 다양하게 등장하지. 우리나라도 ‘캐릭터 천국’이 되는 것 같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보고서를 보니까 올해 캐릭터 시장은 무려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더군. 이 중 국산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이 35% 정도래. 1999년 점유율이 5%밖에 안됐던 것에 비하면 꽤 성장한 거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다른 캐릭터들과 손잡고 ‘토종 캐릭터 전성시대’를 한번 만들어 볼 꺼야”
마시마로와 함께 한 ’캐릭터 한담(閑談)’은 마시마로의 꿈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생기발랄한 토종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는 이야기를 계속할 수 없다네요. 얼른 인터넷에 접속해 통통 튀는 토종 캐릭터들을 만나야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