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는 16세기 조선시대의 명기(名妓)로서 주체적인 삶을 통해 빼어난 예술활동을 벌였던 황진이를 21세기적으로 캐릭터화해 이야기꾼으로 등장시킨 ‘眞e라이프’를 매주 화요일자에 게재합니다.
본지의 이번 기획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문화산업으로 각광받는 캐릭터 산업에서 국산 캐릭터의 세계화·저변화에 기여하고, 아울러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예술인 황진이를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통해 21세기 디지털 세상의 젊은 문화와 사회·문화현상 등을 집중 조명하기 위함입니다.
400여년을 훌쩍 넘어 오늘날 ‘진이(Jinee)’로 다시 태어난 황진이는 새로운 캐릭터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디지털 세상의 밝고 희망찬 얘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할 것입니다.
◈황진이는 누구=송도(현 개성)기생으로 알려진 황진이(黃眞伊)는 1520년 태어나 1560년대쯤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갓집 첩의 딸로 태어나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고자 스스로 기녀의 길을 택했던 황진이는 시·노래·거문고에 예술적 천재성을 보였고 역사에도 조예가 깊어 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송도3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성격은 탁트이고 자유로워 세속적 굴레에 연연하지 않았고 시대를 뛰어넘는 남녀평등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다.
◈진이는 누구=황진이를 21세기적으로 각색한 진이는 남의 뒤를 좇는 성공보다는 도도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일구는 개성이 강한 오늘날의 젊은이를 상징한다. 건강하고 외향적이면서 매우 심미적이다. 동양적 외모에 선진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고, 명랑하고 유머가 있으면서 인간적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기획취재팀>
[ 나는 황진이. 오뉴월 염천 더위를 식힐 겸해서 21세기 디지털 세상을 거닐러 왔습니다. 청산(靑山)은 예전 그대로이지만 녹수(綠水)가 흘러가듯 사람 사는 세상은 많이 변했군요. 만약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난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21세기 황진이’를 만나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려보려고 합니다. 황진이의 디지털세상 탐험기는 ‘서리서리’ 넣어뒀다가 일주일에 한번 ‘眞e라이프’에서 굽이굽이 펼쳐보이겠습니다. ]
말갛게 씻긴 21세기 서울 거리가 햇님에 비쳐 환합니다. 오랜 장마 끝의 따가운 햇살이 싫지만은 않군요. 선글라스와 반바지 차림에 서로 허리를 감싸 안은 연인들의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시원스런 옷차림은 더위를 잊게 합니다. 활기찬 거리 풍경이 보기에 좋습니다. 나도 발길을 재촉합니다.
‘황진이가 지금 태어났더라면 뭐가 되었을까’
‘미스 코리아나 연예인이 되지 않았겠어’
나는 지금 ‘미스 코리아’를 만나러 갑니다. 우연히 주고받은 대화가 디지털세상 탐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조선 전체에 미모와 풍류로 이름을 떨쳤던 나, 황진이입니다. 제 아무리 ‘미스 코리아’라지만 내게 감히 ‘맞장을 뜰 수’ 있을까요. 강남역 사거리 약속 장소에는 조현애(21)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인상은 똘망똘망 귀엽우면서도 평범하군요. 너 미스코리아 맞니.
“올해 열린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 동아리 친구·후배들과 출전해 대상인 안티미스코리아 상을 받았어요. 이번 대회의 캐치 프레이즈가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였는데, 휠체어 타고 춤추는 ‘휠체어 에어로빅’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죠.”
잠깐,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www.antimisskorea.org)은 여성을 ‘36-24-36’의 잣대로만 보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딴지’를 걸고 나온 문화 행사입니다. 지난 1999년 시작돼 올해로 4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용모와 각선미로만 따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굴, 여성을 보는 획일적 시각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충격에 대해 60대의 한 노교수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고 했고, 또 다른 남성원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 한국 남성문화의 역사에 통쾌한 펀치를 날린 문화혁명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30여년 동안 지속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가 TV에서 쫓겨났지요.
“안티 미스코리아에 대해 전해 들어 알고 있었어요. 우리 동아리에 출연요청이 왔을때 기쁘게 승낙했습니다. 동아리 회장인 내게 결정 권한이 있었죠. 물론 후배와 동기들도 흔쾌히 응했어요. 남자 후배들도 거리낌없이 즐거워했어요.”
그는 용인대학교 특수체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현재 특수체육학과 휠체어 에어로빅 동아리인 ‘휠로빅스’ 회장으로 1년간 재직 중입니다. 이 운동은 휠체어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어로빅 댄스입니다. 22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이 동아리는 종종 장애인 행사에서 멋진 휠체어 춤 실력으로 봉사해왔습니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는 조현애씨를 비롯해 김보연·김낙현·김남기·김보성·이용식·한동걸·황규현씨 등이 참여했습니다. 남자가 더 많은 팀이어서 눈길을 끌었다는군요.
-주변에서 안티 미스코리아에 참여한다고 놀리거나 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꿈이 ‘미스 코리아’인 사람도 꽤 있다는데.
“어렸을 때 꿈은 대통령이었어요(웃음). 부모님한테도 대회참가를 알렸고 동아리 후배들에게는 꼭 보러 오라고 했어요. 말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5분 동안 무대에서 휠체어 에어로빅을 보여줬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대통령?. 여자는 제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있더라도 갓 쓰고 관직에 나갈 수는 없었고, 귀하든 천하든 한 남자에게 매여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 도전하고 항거했던 이 황진이가 아닙니까. 아이 이름 부르듯 대통령을 말하고 가부장제 한국사회에 딴지를 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을 ‘즐거운 경험’으로 여기는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조현애씨는 미소가 예쁘군요. 웃음소리에 마치 젊음과 건강이 ‘톡톡’ 터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때 유도를 배웠죠. 엄마는 반대했지만 아빠는 제가 원하는 것은 밀어주셨어요. 여군이 되고도 싶었고, 유도학과를 갈까 고민하다가 특수체육학과를 발견하곤 이거다 싶었어요. 엄마는 ‘장애인 돕는 일을 감당할 수 있겠니’하며 걱정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우겼죠.”
그에게는 흔히 거대한 사명감에 짓눌려 있는 이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그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돕겠다는 선택이 그에겐 꼭 해야만 하는 ‘숙제’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저절로 동하는 즐거운 ‘놀이’ 같습니다.
제대로 ‘안티’를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인터넷 신문은 풍자를 무기로 엄숙한 기존 언론권력에 ‘처절한 똥침’을 날렸죠.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페스티벌’입니다. 떠들고 놀고 즐기는 축제이지요. 나 황진이도 엄격한 반상구분과 여자에게 둘러씌워진 멍에에 스스로 천하다는 기생이 되어 뭇 남성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조현애씨는 안티 미스코리아를,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을 아무렇지 않게 선택하고 스스로 즐김으로써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강력하게 딴지를 걸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거움과 엄숙함을 통통 튀는 가벼움과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통쾌함!
“졸업하면 ‘아쿠아로빅’을 가르칠까 해요. 아쿠아로빅이란 물속에서 하는 에어로빅입니다. 부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에어로빅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한 대신 물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전신 운동이 되는 수중 체조입니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즐겁게 운동할 수 있지요.”
아쿠아로빅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스포츠로, 국내에서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답니다. 아쿠아로빅 뿐만 아니라 휠체어 에어로빅, 보치아, 골볼 등 특수체육학과에서 배운 실기 스포츠는 모두 재미있다는군요. 황금빛으로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와 건강미가 물씬 풍기는 몸매는 친구들과 어울려 쏘다니기 좋아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데서 연유한 것이었습니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 한다’며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방학 동안 자폐아동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는군요.
그를 마중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인터뷰하면서 맛있는 거 먹어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ㅅ-”
그다운 메시지였습니다. 풋사과를 한입 깨물었을 때 같다고나 할까요. 청량감이 돕니다.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처럼 살아봄직도 하군요.
본지의 이번 기획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문화산업으로 각광받는 캐릭터 산업에서 국산 캐릭터의 세계화·저변화에 기여하고, 아울러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예술인 황진이를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통해 21세기 디지털 세상의 젊은 문화와 사회·문화현상 등을 집중 조명하기 위함입니다.
400여년을 훌쩍 넘어 오늘날 ‘진이(Jinee)’로 다시 태어난 황진이는 새로운 캐릭터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디지털 세상의 밝고 희망찬 얘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할 것입니다.
◈황진이는 누구=송도(현 개성)기생으로 알려진 황진이(黃眞伊)는 1520년 태어나 1560년대쯤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갓집 첩의 딸로 태어나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고자 스스로 기녀의 길을 택했던 황진이는 시·노래·거문고에 예술적 천재성을 보였고 역사에도 조예가 깊어 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송도3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성격은 탁트이고 자유로워 세속적 굴레에 연연하지 않았고 시대를 뛰어넘는 남녀평등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다.
◈진이는 누구=황진이를 21세기적으로 각색한 진이는 남의 뒤를 좇는 성공보다는 도도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일구는 개성이 강한 오늘날의 젊은이를 상징한다. 건강하고 외향적이면서 매우 심미적이다. 동양적 외모에 선진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고, 명랑하고 유머가 있으면서 인간적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기획취재팀>
[ 나는 황진이. 오뉴월 염천 더위를 식힐 겸해서 21세기 디지털 세상을 거닐러 왔습니다. 청산(靑山)은 예전 그대로이지만 녹수(綠水)가 흘러가듯 사람 사는 세상은 많이 변했군요. 만약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난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21세기 황진이’를 만나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려보려고 합니다. 황진이의 디지털세상 탐험기는 ‘서리서리’ 넣어뒀다가 일주일에 한번 ‘眞e라이프’에서 굽이굽이 펼쳐보이겠습니다. ]
말갛게 씻긴 21세기 서울 거리가 햇님에 비쳐 환합니다. 오랜 장마 끝의 따가운 햇살이 싫지만은 않군요. 선글라스와 반바지 차림에 서로 허리를 감싸 안은 연인들의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시원스런 옷차림은 더위를 잊게 합니다. 활기찬 거리 풍경이 보기에 좋습니다. 나도 발길을 재촉합니다.
‘황진이가 지금 태어났더라면 뭐가 되었을까’
‘미스 코리아나 연예인이 되지 않았겠어’
나는 지금 ‘미스 코리아’를 만나러 갑니다. 우연히 주고받은 대화가 디지털세상 탐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조선 전체에 미모와 풍류로 이름을 떨쳤던 나, 황진이입니다. 제 아무리 ‘미스 코리아’라지만 내게 감히 ‘맞장을 뜰 수’ 있을까요. 강남역 사거리 약속 장소에는 조현애(21)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인상은 똘망똘망 귀엽우면서도 평범하군요. 너 미스코리아 맞니.
“올해 열린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 동아리 친구·후배들과 출전해 대상인 안티미스코리아 상을 받았어요. 이번 대회의 캐치 프레이즈가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였는데, 휠체어 타고 춤추는 ‘휠체어 에어로빅’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죠.”
잠깐,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www.antimisskorea.org)은 여성을 ‘36-24-36’의 잣대로만 보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딴지’를 걸고 나온 문화 행사입니다. 지난 1999년 시작돼 올해로 4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용모와 각선미로만 따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굴, 여성을 보는 획일적 시각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충격에 대해 60대의 한 노교수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고 했고, 또 다른 남성원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 한국 남성문화의 역사에 통쾌한 펀치를 날린 문화혁명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30여년 동안 지속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가 TV에서 쫓겨났지요.
“안티 미스코리아에 대해 전해 들어 알고 있었어요. 우리 동아리에 출연요청이 왔을때 기쁘게 승낙했습니다. 동아리 회장인 내게 결정 권한이 있었죠. 물론 후배와 동기들도 흔쾌히 응했어요. 남자 후배들도 거리낌없이 즐거워했어요.”
그는 용인대학교 특수체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현재 특수체육학과 휠체어 에어로빅 동아리인 ‘휠로빅스’ 회장으로 1년간 재직 중입니다. 이 운동은 휠체어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어로빅 댄스입니다. 22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이 동아리는 종종 장애인 행사에서 멋진 휠체어 춤 실력으로 봉사해왔습니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는 조현애씨를 비롯해 김보연·김낙현·김남기·김보성·이용식·한동걸·황규현씨 등이 참여했습니다. 남자가 더 많은 팀이어서 눈길을 끌었다는군요.
-주변에서 안티 미스코리아에 참여한다고 놀리거나 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꿈이 ‘미스 코리아’인 사람도 꽤 있다는데.
“어렸을 때 꿈은 대통령이었어요(웃음). 부모님한테도 대회참가를 알렸고 동아리 후배들에게는 꼭 보러 오라고 했어요. 말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5분 동안 무대에서 휠체어 에어로빅을 보여줬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대통령?. 여자는 제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있더라도 갓 쓰고 관직에 나갈 수는 없었고, 귀하든 천하든 한 남자에게 매여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 도전하고 항거했던 이 황진이가 아닙니까. 아이 이름 부르듯 대통령을 말하고 가부장제 한국사회에 딴지를 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을 ‘즐거운 경험’으로 여기는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조현애씨는 미소가 예쁘군요. 웃음소리에 마치 젊음과 건강이 ‘톡톡’ 터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때 유도를 배웠죠. 엄마는 반대했지만 아빠는 제가 원하는 것은 밀어주셨어요. 여군이 되고도 싶었고, 유도학과를 갈까 고민하다가 특수체육학과를 발견하곤 이거다 싶었어요. 엄마는 ‘장애인 돕는 일을 감당할 수 있겠니’하며 걱정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우겼죠.”
그에게는 흔히 거대한 사명감에 짓눌려 있는 이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그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돕겠다는 선택이 그에겐 꼭 해야만 하는 ‘숙제’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저절로 동하는 즐거운 ‘놀이’ 같습니다.
제대로 ‘안티’를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인터넷 신문은 풍자를 무기로 엄숙한 기존 언론권력에 ‘처절한 똥침’을 날렸죠.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페스티벌’입니다. 떠들고 놀고 즐기는 축제이지요. 나 황진이도 엄격한 반상구분과 여자에게 둘러씌워진 멍에에 스스로 천하다는 기생이 되어 뭇 남성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조현애씨는 안티 미스코리아를,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을 아무렇지 않게 선택하고 스스로 즐김으로써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강력하게 딴지를 걸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거움과 엄숙함을 통통 튀는 가벼움과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통쾌함!
“졸업하면 ‘아쿠아로빅’을 가르칠까 해요. 아쿠아로빅이란 물속에서 하는 에어로빅입니다. 부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에어로빅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한 대신 물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전신 운동이 되는 수중 체조입니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즐겁게 운동할 수 있지요.”
아쿠아로빅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스포츠로, 국내에서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답니다. 아쿠아로빅 뿐만 아니라 휠체어 에어로빅, 보치아, 골볼 등 특수체육학과에서 배운 실기 스포츠는 모두 재미있다는군요. 황금빛으로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와 건강미가 물씬 풍기는 몸매는 친구들과 어울려 쏘다니기 좋아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데서 연유한 것이었습니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 한다’며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방학 동안 자폐아동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는군요.
그를 마중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인터뷰하면서 맛있는 거 먹어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ㅅ-”
그다운 메시지였습니다. 풋사과를 한입 깨물었을 때 같다고나 할까요. 청량감이 돕니다.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처럼 살아봄직도 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