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애니메이션 산업을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 산업’이라고한다. 작품을 제작하려면 거액의 돈이 투자되어야하고, 성공하면 수십, 수백배의 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일정 비율을 건질 확률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신작 애니메이션 기획이 150여편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지만 막상 작품으로 제작되는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영화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최근 활발해진 한국영화에는 일정한 제작비 규모와 거기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극장수에 따른 최소한의 흥행 성적, 비디오 판매, 케이블 TV판권, 공중파 판권하는 식으로 투자 비용을 환급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물론 히트하면 ‘포켓몬스터’나 ‘디지몬’처럼 수백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거나 ‘미키마우스’나 ‘아기공룡 둘리’처럼 수십년이 넘게 이익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이번 6월에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OVA(Original Video Animation, TV나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는 애니메이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OVA용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시작된 독특한 장르로 주로 성인물이나 마니아들을 겨냥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인돌’이 성인용 OVA로 출시되어 성공을 거둔 후 몇편의 성인용 OVA가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비디오 시장을 겨냥한 성인용 OVA가 아니라 테마파크에서 활용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부산에 위치한 UN공원(전 UN묘지)의 테마 영상물로 영상원 애니메이션 학과장 박세형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25분으로 구성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낡은 기록 필름 효과를 낸 도입부에서부터 충격적인 전쟁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휴전 직전의 중부전선에서 한 마을을 지나게 되는 국군과 UN군. 수색정찰조는 우연히 옆을 지나던 인민군과 중공군을 만나 격렬한 전투를 치른다. 동생 영수에게 목각병정을 만들어주고 군대에 간 미대생 영철은 그 자리에서 인민군과 함께 있는 영수와 만나고,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 날 이후, 영철은 자신의 주위를 떠도는 죽은 자들을 보게 된다. 부상으로 군을 제대한 영철은 자신의 방에서 죽은 자들의 목각인형을 만들고, 바다에 나와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목각병정 이야기’에는 강렬하고 현실감 넘치는 전투장면, 한 민족이 외세와 함께 서로 총부리를 겨눈 한국 전쟁의 비극, 전쟁이 한 인간에 남기는 깊은 상처가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있다. 기록영화 필름 효과가 동원된 오프닝이나, 격한 전투씬과 정지화면이 배합된 세련된 편집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으며, 원색을 벗어난 세련된 색상은 적절한 톤으로 작품 속에 녹아있었다. ‘목각병정 이야기’는 전쟁과 평화를 테마로한 ’UN공원’의 테마 영상으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목각병정 이야기’는 한국 애니메이션도 적은 돈으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과 공원의 테마 영상과 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글 / 박인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그런데 이번 6월에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OVA(Original Video Animation, TV나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는 애니메이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OVA용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시작된 독특한 장르로 주로 성인물이나 마니아들을 겨냥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인돌’이 성인용 OVA로 출시되어 성공을 거둔 후 몇편의 성인용 OVA가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비디오 시장을 겨냥한 성인용 OVA가 아니라 테마파크에서 활용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부산에 위치한 UN공원(전 UN묘지)의 테마 영상물로 영상원 애니메이션 학과장 박세형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25분으로 구성된 <목각병정 이야기>는 낡은 기록 필름 효과를 낸 도입부에서부터 충격적인 전쟁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휴전 직전의 중부전선에서 한 마을을 지나게 되는 국군과 UN군. 수색정찰조는 우연히 옆을 지나던 인민군과 중공군을 만나 격렬한 전투를 치른다. 동생 영수에게 목각병정을 만들어주고 군대에 간 미대생 영철은 그 자리에서 인민군과 함께 있는 영수와 만나고,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 날 이후, 영철은 자신의 주위를 떠도는 죽은 자들을 보게 된다. 부상으로 군을 제대한 영철은 자신의 방에서 죽은 자들의 목각인형을 만들고, 바다에 나와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목각병정 이야기’에는 강렬하고 현실감 넘치는 전투장면, 한 민족이 외세와 함께 서로 총부리를 겨눈 한국 전쟁의 비극, 전쟁이 한 인간에 남기는 깊은 상처가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있다. 기록영화 필름 효과가 동원된 오프닝이나, 격한 전투씬과 정지화면이 배합된 세련된 편집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으며, 원색을 벗어난 세련된 색상은 적절한 톤으로 작품 속에 녹아있었다. ‘목각병정 이야기’는 전쟁과 평화를 테마로한 ’UN공원’의 테마 영상으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목각병정 이야기’는 한국 애니메이션도 적은 돈으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과 공원의 테마 영상과 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글 / 박인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