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는 ‘2001도쿄 토이쇼’가 열렸다. 2만5000명의 바이어, 7만명 이상의 일반 관람객이 참가하는 대규모 장난감 페스티벌인 도쿄 토이쇼는 다카라· 반다이· 세가 등과 같은 일본의 대형 완구 관련업체들이 신작 완구를 선보이는 장이다.
눈과 몸짓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인터랙티브 기능을 보유한 반다이의 디지털 강아지 ’BN-1’처럼 올해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디지털 완구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행사장의 주인공은 이런 최신 완구들이 아니었다. 큰 업체부터 작은 업체의 부스까지 지나며 계속 만나는 주인공은 바로 ’도라에몽’, ’앙팡맨’ 같은 스테디셀러였다.
’도라에몽’은 일본인들의 표현을 빌자면 이른바 ’국민 아니메’다. 최근에는 게임에서 애니메이션이 되기도 하며(파이널 판타지, 디지 캐럿), 애니메이션이 만화로 만들어지는(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콘텐츠가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비규정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 애니메이션하면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그리고 캐릭터로 제작되는 것이 기본 모델이다. ’도라에몽’은 이런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초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다.
데즈카 오사무의 제자이기도한 후지코 F 후지오(藤子·F·不二雄)의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으로는 1979년 4월 아사히계에서 첫 TV 시리즈가 방영되었다. 주인공 노비타(한국 만화명 찡구)는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물. 우리와 꼭 닮은 노비타에게 미래에서 온 고양이 로봇 ’도라에몽’이 나타난다. 둥글 둥글 귀엽게 생긴 이 로봇은 가슴의 주머니에서 미래의 도구를 하나씩 꺼내 노비타를 도와준다. 하지만 도라에몽의 도움으로 노비타가 슈퍼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비타가 도라에몽의 물건에 의지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면 그만 유효기간이 끝나버린다. 미래의 물건으로 꿈을 이루어주지만, 현실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약간의 변화는 용납할 수 있어도 근본을 흔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노비타의 꿈을 이루어주는 도구가 ’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법에 의해 변신하고, 꿈을 이루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도라에몽’은 미래의 물건으로 꿈을 이루어준다. 현실에서 평범한 소년과 그 소년의 꿈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조력자 이야기는 마법소녀물에서 익숙한 전통이지만, 그 전통 진행의 세부 디테일은 SF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라에몽’의 힘은 수십년동안 발표된 원작만화의 인기, 1979년 이래 20여년이 넘게 1600화 이상이 방송된 TV 시리즈의 저력,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매해 봄마다 개봉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비롯된다. 부모에서 아이들에게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힘은 매해 새롭게 제작되며 그 생명력을 더해갔다. 이른바 아이들이 선택하기 이전 이미 부모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작품이 된 것이다. 2001년에 방영중인 ’도라에몽’은 츠타야 온라인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사자에상’ ‘명탐정 코난’ ‘견야차’ ‘치비마르코짱’ 등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 ’도라에몽’은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힘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작품에서 나온다는 소박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 박인하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눈과 몸짓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인터랙티브 기능을 보유한 반다이의 디지털 강아지 ’BN-1’처럼 올해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디지털 완구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행사장의 주인공은 이런 최신 완구들이 아니었다. 큰 업체부터 작은 업체의 부스까지 지나며 계속 만나는 주인공은 바로 ’도라에몽’, ’앙팡맨’ 같은 스테디셀러였다.
’도라에몽’은 일본인들의 표현을 빌자면 이른바 ’국민 아니메’다. 최근에는 게임에서 애니메이션이 되기도 하며(파이널 판타지, 디지 캐럿), 애니메이션이 만화로 만들어지는(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콘텐츠가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비규정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 애니메이션하면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그리고 캐릭터로 제작되는 것이 기본 모델이다. ’도라에몽’은 이런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초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다.
데즈카 오사무의 제자이기도한 후지코 F 후지오(藤子·F·不二雄)의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으로는 1979년 4월 아사히계에서 첫 TV 시리즈가 방영되었다. 주인공 노비타(한국 만화명 찡구)는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물. 우리와 꼭 닮은 노비타에게 미래에서 온 고양이 로봇 ’도라에몽’이 나타난다. 둥글 둥글 귀엽게 생긴 이 로봇은 가슴의 주머니에서 미래의 도구를 하나씩 꺼내 노비타를 도와준다. 하지만 도라에몽의 도움으로 노비타가 슈퍼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비타가 도라에몽의 물건에 의지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면 그만 유효기간이 끝나버린다. 미래의 물건으로 꿈을 이루어주지만, 현실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약간의 변화는 용납할 수 있어도 근본을 흔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노비타의 꿈을 이루어주는 도구가 ’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법에 의해 변신하고, 꿈을 이루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도라에몽’은 미래의 물건으로 꿈을 이루어준다. 현실에서 평범한 소년과 그 소년의 꿈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조력자 이야기는 마법소녀물에서 익숙한 전통이지만, 그 전통 진행의 세부 디테일은 SF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라에몽’의 힘은 수십년동안 발표된 원작만화의 인기, 1979년 이래 20여년이 넘게 1600화 이상이 방송된 TV 시리즈의 저력,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매해 봄마다 개봉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비롯된다. 부모에서 아이들에게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힘은 매해 새롭게 제작되며 그 생명력을 더해갔다. 이른바 아이들이 선택하기 이전 이미 부모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작품이 된 것이다. 2001년에 방영중인 ’도라에몽’은 츠타야 온라인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사자에상’ ‘명탐정 코난’ ‘견야차’ ‘치비마르코짱’ 등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 ’도라에몽’은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힘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작품에서 나온다는 소박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 박인하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