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부가 지난 90년대 초 경제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과감한 R&D 투자정책을 폈다는 사실은 핀란드 정부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읽을 있는 좋은 사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마이너스 성장의 위기상황에서 관점을 중·장기적으로 돌려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핀란드의 기술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는 핀란드 공공기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로선 고통스러웠던 중장기 기술개발 정책방향은 '과학기술정책위원회(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Council)'에서 입안됐다.
이어 핀란드 기술청인 '테케스(TEKES;National Technology Agency)'와 핀란드의 공공 R&D펀드인 '시트라(SITRA;Finnish National Fund for Research and Development)'가 국가차원의 기술개발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수행하는 집행기관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조직 편제상 과학기술정책위, 테케스와 시트라는 서로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위는 행정부 자문기구이고, 시트라는 의회 직속기구이며, 테케스는 상공부 산하기관인 것. 하지만 이들 세 기관은 지난 10여년간 한 몸뚱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핀란드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예를 들어 노키아사의 WCDMA, GSM 기반의 3세대 셀룰러 이동통신망과 엑스-넷(X-net)사의 PC기반의 실험측정기구 등은 테케스의 TLX(1997∼2000)라는 기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사례들이다.
◇과학기술정책위원회=지난 87년 3월 설립됐으며, 국무회의와 정부부처를 보좌해 중장기적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하는 3년 임기의 비상설기구다.
현재는 제5기 위원회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조직법에 적시된 이 기구의 임무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발전계획을 입안해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며 △공공펀드의 배분과 관련해 조언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위 위원장은 총리가 맡고 있다.
위원들은 교육·상공·재무부 장관과 학술원 원장 등으로 구성되며, 위원회 밑에 '과학기술분과위(위원장 교육부장관)'와 '기술정책분과위(위원장 상공부장관)'가 있다.
이 기구의 상근자가 단 2명이다.
실무자격인 'chief planning officer'란 직책으로, 과학기술과 기술정책분과위에 각 한 명씩 배속돼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부처 국장급 대우를 받는 이들은 이 분야 전문가로, 장관들인 정책위원들을 보좌해 국가의 중장기 기술개발 정책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자가 이들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을 때 이들은 "비서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위의 역할은 지난해 2월28일 해산한 제4기 위원회의 활동내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과기정위는 지난 96년3월 '국가의 R&D 자금지원은 향후 수년간 매년 7∼9%의 실질증가율을 기록해야 하며, 투자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2.7%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정부 산하 연구소의 구조조정은 계속돼야 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은 위원들이 행정부 각료인 만큼 즉각 수용됐고, 한치의 어김없이 현실화됐다.
과기정위의 정책제안은 반드시 지켜야할 가이드라인인 것이다.
◇테케스=상공부 산하기관으로, 민간업체와 대학에 R&D 자금을 지원하거나 산·학·연간의 기술개발 협력을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테케스는 R&D 자금지원 활동의 영역을 넓혀 본 보스턴 브뤼셀 런던 로스앤젤레스 도쿄 워싱턴 등지에 사무소를 설치했다.테케스는 지난해 한해동안 2404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다.
자금지원규모는 24억 FIM(4조2200억원)으로, 이중 IT산업에는 전체 액수의 32%가 투자됐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통신분야는 15% 정도다.
테케스의 활동은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기업에겐 '구세주'와 같다.
이로 인해 "테케스가 없었다면 오늘날 정보기술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수혜기업들이 수백개에 달한다.
테케스는 어느 정도 기술력이 인정되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연구개발비의 25∼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미래산업이지만 성공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엔 필요자금의 60%까지를 대부해준다.
지원금을 받는데는 일단 제한이 없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모두 신청할 수 있으며 테케스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지원대상을 선정한다.
이때 주로 보는 것이 경쟁력과 성장력, 자금지원에 따른 효과 등이다.
◇시트라=시트라가 내 건 캐치프레이즈는 '제2의 노키아를 키우자'이다.
핀란드 공공펀드로서, 정부가 세운 벤처캐피탈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시트라는 102개의 기술개발 업체들에 자금을 투자한 상태로, 이밖에도 벤처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및 기업의 책임자 교육, 해외 파트너 물색 및 공동네트워크 지원, 외자유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벤처투자자와 벤처기업이 만나 투자를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을 인터넷상에 만들었다.
공공펀드라고 하지만, 시트라의 자금지원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를 따른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날 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노키아다.
시트라는 지난 80년대 말 노키아사에 R&D자금을 투자, 현재 몇 십 배의 투자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시트라는 투자업체의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트라는 원래 지난 67년 핀란드 중앙은행에서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이어 지난 91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기술지향적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 결정에 따라 핀란드 의회 산하가 됐다.
이때부터 시트라의 조직운영과 예산집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됐고, 민간업체에 버금가는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마이너스 성장의 위기상황에서 관점을 중·장기적으로 돌려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핀란드의 기술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는 핀란드 공공기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로선 고통스러웠던 중장기 기술개발 정책방향은 '과학기술정책위원회(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Council)'에서 입안됐다.
이어 핀란드 기술청인 '테케스(TEKES;National Technology Agency)'와 핀란드의 공공 R&D펀드인 '시트라(SITRA;Finnish National Fund for Research and Development)'가 국가차원의 기술개발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수행하는 집행기관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조직 편제상 과학기술정책위, 테케스와 시트라는 서로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위는 행정부 자문기구이고, 시트라는 의회 직속기구이며, 테케스는 상공부 산하기관인 것. 하지만 이들 세 기관은 지난 10여년간 한 몸뚱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핀란드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예를 들어 노키아사의 WCDMA, GSM 기반의 3세대 셀룰러 이동통신망과 엑스-넷(X-net)사의 PC기반의 실험측정기구 등은 테케스의 TLX(1997∼2000)라는 기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사례들이다.
◇과학기술정책위원회=지난 87년 3월 설립됐으며, 국무회의와 정부부처를 보좌해 중장기적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하는 3년 임기의 비상설기구다.
현재는 제5기 위원회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조직법에 적시된 이 기구의 임무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발전계획을 입안해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며 △공공펀드의 배분과 관련해 조언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위 위원장은 총리가 맡고 있다.
위원들은 교육·상공·재무부 장관과 학술원 원장 등으로 구성되며, 위원회 밑에 '과학기술분과위(위원장 교육부장관)'와 '기술정책분과위(위원장 상공부장관)'가 있다.
이 기구의 상근자가 단 2명이다.
실무자격인 'chief planning officer'란 직책으로, 과학기술과 기술정책분과위에 각 한 명씩 배속돼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부처 국장급 대우를 받는 이들은 이 분야 전문가로, 장관들인 정책위원들을 보좌해 국가의 중장기 기술개발 정책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자가 이들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을 때 이들은 "비서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위의 역할은 지난해 2월28일 해산한 제4기 위원회의 활동내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과기정위는 지난 96년3월 '국가의 R&D 자금지원은 향후 수년간 매년 7∼9%의 실질증가율을 기록해야 하며, 투자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2.7%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정부 산하 연구소의 구조조정은 계속돼야 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은 위원들이 행정부 각료인 만큼 즉각 수용됐고, 한치의 어김없이 현실화됐다.
과기정위의 정책제안은 반드시 지켜야할 가이드라인인 것이다.
◇테케스=상공부 산하기관으로, 민간업체와 대학에 R&D 자금을 지원하거나 산·학·연간의 기술개발 협력을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테케스는 R&D 자금지원 활동의 영역을 넓혀 본 보스턴 브뤼셀 런던 로스앤젤레스 도쿄 워싱턴 등지에 사무소를 설치했다.테케스는 지난해 한해동안 2404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다.
자금지원규모는 24억 FIM(4조2200억원)으로, 이중 IT산업에는 전체 액수의 32%가 투자됐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통신분야는 15% 정도다.
테케스의 활동은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기업에겐 '구세주'와 같다.
이로 인해 "테케스가 없었다면 오늘날 정보기술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수혜기업들이 수백개에 달한다.
테케스는 어느 정도 기술력이 인정되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연구개발비의 25∼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미래산업이지만 성공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엔 필요자금의 60%까지를 대부해준다.
지원금을 받는데는 일단 제한이 없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모두 신청할 수 있으며 테케스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지원대상을 선정한다.
이때 주로 보는 것이 경쟁력과 성장력, 자금지원에 따른 효과 등이다.
◇시트라=시트라가 내 건 캐치프레이즈는 '제2의 노키아를 키우자'이다.
핀란드 공공펀드로서, 정부가 세운 벤처캐피탈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시트라는 102개의 기술개발 업체들에 자금을 투자한 상태로, 이밖에도 벤처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및 기업의 책임자 교육, 해외 파트너 물색 및 공동네트워크 지원, 외자유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벤처투자자와 벤처기업이 만나 투자를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을 인터넷상에 만들었다.
공공펀드라고 하지만, 시트라의 자금지원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를 따른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날 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노키아다.
시트라는 지난 80년대 말 노키아사에 R&D자금을 투자, 현재 몇 십 배의 투자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시트라는 투자업체의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트라는 원래 지난 67년 핀란드 중앙은행에서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이어 지난 91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기술지향적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 결정에 따라 핀란드 의회 산하가 됐다.
이때부터 시트라의 조직운영과 예산집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됐고, 민간업체에 버금가는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