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급등세에도 대책 제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각종 집값 통계를 통해 아파트값 상승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자 이르면 내달 초 주거안정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함께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금융·세제 중심의 종합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투기과열지구, 조정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 및 대출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는 현재 집값 상승세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르면 다음주 주거정책심의원회(주정심) 회의를 열고 규제지역 확대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에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한강벨트 일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할 때까지만 해도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측면이 큰 만큼 DSR 강화 효과를 지켜본 후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43% 올라 6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물론, 서울지역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대책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우선 현재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만 묶여 있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집값 급등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일단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마포·성동구를 비롯해 강동구와 동작구, 광진구, 영등포구, 양천구 등 비강남 '한강벨트'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규제지역 외로 옮겨붙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 전역과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과천·분당신도시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3단계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를 거치며 풀려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15억원 초과 등 고가주택 대출 금지를 부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앞서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2주택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와 40·50년짜리 주담대 만기 축소를 지시했다. 가계부채 증가 요인 중 하나인 전세자금대출에 DSR을 적용,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중이다. 조정대상지역이 확대되면 세금 규제도 종전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여당도 거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 대해 '전 정권이 집값 부양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라고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해제로 시작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해 서울 집값 동향이 심상치 않다"며 "거래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거래 가운데 갭투자 비율이 40%에 이를 만큼 가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형연·전혜인 기자 jhy@dt.co.kr
진성준(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