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남북관계 황금기를 이끌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평가됐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 보수 정권의 대북 강경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대북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25 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5년이 된다"며 "동족상잔의 비극은 분단의 상처를 남겼고, 한반도는 아직도 상처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는 휴전국가이며, 평화는 시시때때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비싼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평화를 지켜온 민주정부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분명한 다짐"이라고 했다. 과거 진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평화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것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기존 대북정책은 '통일'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통일부의 존재 자체가 통일을 전제로 하는 정책의 연장이었다면, 최근 들어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평화체제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교안보 브리핑에서 "지금은 통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다"라고 강조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햇볕정책 2.0'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실제로 통일부는 최근 대북 민간교류 재개를 준비 중이며,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가동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후보자가 강조해온 '조건 없는 대화 복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후보자는 "북핵 문제를 억제하려면 적대적 공백보다 관리 가능한 교류가 우선돼야 한다"며 "선(先) 신뢰구축, 후(後) 비핵화가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후보자는 '2007 남북정상회담'의 실무 조율을 이끌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의 내부 사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책 전환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 대선 결과, 북한 내부 정세,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변화 등 외부 변수도 많고, 국내 보수층의 반발도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접근은 제2의 '퍼주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유엔 대북제재 틀 안에서의 '조건부 인도주의 교류', '실용적 개별사업 접근' 등으로 정책의 완급을 조절할 전망이다.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