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분위기와 별개로 차기 당권을 차지하려는 수 싸움 또한 치열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할지, 전당대회를 개최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든 그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내 기득권을 두고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단일대오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했으나 이제는 그간의 사태를 둘러싸고 계파 간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할 수밖에 없다.
만일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당권을 가져가려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신경전은 노골적으로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을 하루 앞둔 2일에도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 계엄 옹호가 아니라 불법 계엄 저지"라고 밝히면서 친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과 각을 세웠다. 이를 두고 대선 이후 재편될 보수 진영 새판짜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윤 의원은 김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기존의 반대 당론을 무효화할 것을 시사하자 "당내 논의조차 없이 비대위원장의 판단만으로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선 정권을 내준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기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71석으로 거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 6월 임시국회 소집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여대야소 구도 속에서 대내외적인 복합 위기를 수습하려면 당분간은 내부 충돌을 자제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지난달 15일 당내 최연소 초선 의원인 김용태 비대위 체제를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후로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해온 만큼 당의 개혁과 변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친윤계와 친한계 간 노선 투쟁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단일화를 추진했다 실패한 친윤계와 김문수 후보 측 간 사이도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사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김 후보, 한동훈 전 대표, 양향자 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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