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세계 대부분의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즉각 항소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사법 쿠데타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반발했다.
미국 소재 5개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IEEPA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선 미 경제계서도 적법성 논란이 지속돼왔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확히 부여했다고 주장해왔다. 법무부 측 변호인단은 앞서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IEEPA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특정 상황에서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합법적으로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주를 포함해 총 12개 주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12개 주 소송에 앞서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중단해달라며 단독으로 소송을 제시한 바 있다.
연방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일단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세계 각국과의 무역협상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30%)는 현재 시행 중이지만 나머지 대다수 국가들은 7월 9일까지 90일간 부과가 유예된 상태다. 이때까지 무역협상을 벌여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였다.
이번 소송은 결국 항소법원에 이어 연방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다. 최종 판결까지 상당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슈퍼 301조'를 활용해 관세 공세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국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