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베트남 진출 청신호… 기업은행도 법인 설립 추진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 개설… 신한, 카자흐스탄에 집중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 개설… 신한, 카자흐스탄에 집중
국책·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이 해외시장으로의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동남아시아를 넘어 동유럽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하면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선진 금융시장을 섭렵해 비은행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모습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산업은행이 제출한 하노이지점 설립인가 신청서류에 대한 접수증(CL)을 지난 7일 발급했다. 이는 산은이 2019년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약 6년 만이다.
산은의 이번 CL 발급은 베트남 정부의 인가 기조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성과란 평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 금융외교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회담 2회, 총리회담 1회, 금융당국 및 외교부의 고위급 면담, 인가지원 서한 발송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졌다.
이번 CL 발급은 향후 다른 국내 금융기관의 베트남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BK기업은행도 2017년 7월 현지 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CL 발급을 대기 중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하노이·호치민 등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하노이지점이 설립되면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활발한 지원과 자금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베트남에 법인 설립 허가가 떨어지면 한국계 은행의 추가적인 베트남 진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폴란드 등 동유럽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선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폴란드 정부와 우리 정부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금융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우리은행은 유럽 지역의 전략적 거점 확대를 위해 처음으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지점을 개설했다. 동유럽 전진기지를 구축한 우리금융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뛰어들 채비도 마쳤다.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도 연내 폴란드 현지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독일법인의 폴란드지점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25일 폴란드 카오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바르샤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다수 기업 현지 법인들이 진출해 있다. 정치·경제·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폴란드 전역의 고객기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와 더불어 최근 은행들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도 눈여겨보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카자흐스탄의 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카자흐스탄을 핵심 사업장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작년 말 순이익(1030억7500만원)이 전년(686억9500만원) 대비 50% 성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느낀 은행들이 동유럽 등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해 시너지를 내려는 추세"라며 "은행들의 해외진출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해외시장에서의 K-금융 입지도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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