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당국 항소 검토…"최종 계약에 문제없을 것"
체코당국, 가처분 항소에 본안 소송까지 예상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우리나라와 체코와의 최종 계약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다. 체코 법원이 신규 원전 관련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체코전력공사(CEZ) 등 체코 당국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CEZ는 앞서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상대로 본안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결국,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 여부는 향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알 수 없는 안갯속 상황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체코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6일 EDF가 이달 초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발주사인 CEZ의 자회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 간의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한수원과 CEZ 측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계약 금지 명령이 이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유효하다고 명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국 정부의 최종 계약서 서명식은 무산됐다.
EDF는 한수원과 막판까지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 지난해 7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후, EDF는 체코 경쟁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소했다.
하지만, 체코 경쟁 당국이 항소를 기각하자 EDF는 최근 체코 법원에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
EDF는 소송 등을 통해 한수원의 사업 수주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의 공공 조달 입찰 절차와 함께 한수원의 계약 이행 불능, 보조금 규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체코 당국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EZ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입찰이 공정하게 진행됐고, 한수원의 제안이 EDF보다 유리했다"고 밝혔다.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도 EDF 항소에 대한 기각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UOHS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절차적 결정일 뿐이며, 사건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우리 판단이 옳았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다만, 신규 원전의 최종 사업자 선정에 따른 최종 계약 여부는 앞으로 법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CEZ 등 체코 당국은 EDF와의 본안 소송에 앞서 이날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체코 당국이 항소한다면 EDF에 제기한 본안 소송과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최고행정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가 받아들여지면 다시 한국과 체코 간 최종 계약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체코 당국은 법원이 본안 소송에서 CEZ의 입장을 인정하는 경우 EDF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CEZ는 EDF가 경쟁 당국에 이의제기하면서 계약이 늦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법원 소송 절차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수원과의 최종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은 재확인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체코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며칠이 될지, 몇 달이 될지 알 수 없는데 체코 정부에서도 엄청난 기회비용 때문에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이어져 온 절차를 보면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을 여지는 없다"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대한민국의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역량을 키울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