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어 "의사 블랙리스트 재유포 범죄" 띄운 추경호
지난 2월 '참의사 리스트'서 출발한 '감사한 의사' 명단
전공의 1만2000명 미복귀 상황 핵심변수인지는 의문
한동훈은 "사법대응 신중" 주문…친한계도 "의사 분노 이해"
의대 입학정원(기존 연 3058명) 2000명 증원 등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의 의료패키지 정책 강행으로 장기화한 의료공백, 응급위기에 정치권이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운을 띄웠지만 갈 길이 멀어보인다. 여권 내부에서 의사 직역을 향한 온도차만 거듭 드러난 탓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의 신상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의사 블랙리스트'가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웹페이지에 올라와 재유포되고 있다고 한다"며 보건복지부의 수사의뢰 건을 들어 '의사 범죄' 프레임을 재점화했다. 1만3756명 전공의(레지던트) 중 사직 등으로 미복귀한 90% 이상의 거취를 명단 유포가 좌우하고 있단 취지로 읽힌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추경호 원내대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진료에 매진하는 의료진을 '(정부에서)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최근 '응급실 부역' 코너를 신설해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들의 신상을 유포하고 모욕해 진료를 방해했다"며 "응급실에 파견됐던 군의관도 사이트에 신상과 비방이 올라오면서 협박과 따돌림이 두려워 출근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사실상 협박하는 이런 범죄행태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조리 돌림하고 악의적으로 진료를 방해하는 불법적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정부도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의료진·의대생을 향해 "이제 여당과 정부가 의료계 대표와 함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등 의료개혁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 가능하다고 밝히고, 야당과 함께하는 여야 의정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하라고 요구했다.
거론된 '감사한 의사 명단'은 지난 2월 의정갈등 표면화부터 전공의가 대거 사직한 이후, 의사·의대생 인증자들의 익명·보안성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발 '참의사 리스트'에서 출발했다. 지난 7월에도 텔레그램에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란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져 언론에서 조명했다. 복지부는 최근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까지 수사이뢰 사실을 알려왔다. 메디스태프 압수수색(2월22일) 등 경찰 수사 7달 동안 실질적인 성과는 없이 '이슈 재탕'이 이뤄지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지난 9월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정부·야당·의료계에 공개 제안했고,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의료계의 대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독려했다. 의정 간 협의체 참여 조건을 달지 말라고 당부하며 "의제는 단 하나로 국민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조정과 추석 명절 비상의료대책, 지역·필수의료 대책 대화를 촉구한 한편 "정부가 전공의 소환 등 사법적 대응은 신중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고 의료계 입장을 고려한 발언을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도 전날 회의에서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증원에 대한 불만과 자신들이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당한 데 대한 분노가 여전할 것이다. 이해가 된다"고 전제한 뒤 "정부와 의사 모두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진짜 엄마의 마음이 돼달라"고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돼온 인요한 최고위원도 의사 출신으로서 "협의체가 생긴 건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라며 "우리 전체가 해결해야 될 이 의료사태, 의료계 대표들께서 꼭 나와 같이 앉아 협의하자"고 호소했다. 후배 의대생·전공의들을 향해서도 "가을학기에 제발 복귀해 의료문제를 도와달라"며 "같이 건강보험 문제점들을 더 많이 개혁해나가자"고 부탁했다.
한동훈 대표가 1호로 인선한 주요당직자 서범수 사무총장 역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는 상호(서로) '적'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 곁에 정부가 없고, 환자 곁에 의사가 없다면 과연 정부와 의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나"라며 "정부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수정해 유연하게 협의하겠다고 양보를 했다. 의료계에서도 여러 가지 불신과 불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 협의체 참여를 호소한 한편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조건과 전제로 제한을 두지 않고 폭넓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