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간 구글 '유튜브'를 이끈 수전 워치츠키(56·사진) 전 유튜브 CEO가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 워치츠키는 남성 중심의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경받는 대표적인 여성 임원이었다.
10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를 통해 "구글 역사의 핵심이었던 수전 워치츠키가 암 투병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며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프다"고 전했다. 이어 "워치츠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워치츠키는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놀라운 사람이자 리더, 친구였다"며 "저는 그를 알게 돼 더 나은 사람이 된 수많은 구글러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의 가족과 함께 깊이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1968년 7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워치츠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여성 중 한명으로 미국 테크계의 선구자였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한 워치츠키는 이후 인도에서 포토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는 인텔 마케팅 부서에 몸담았다.
1998년 만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자신의 집 차고를 빌려준 일화는 유명하다. 페이지와 브린은 워치츠키의 차고를 사무실 삼아 구글을 창업했고, 워치츠키도 이듬해 구글에 합류했다.
1999년 구글의 16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워치츠키는 14년간 구글의 광고, 분석 제품의 설계와 구축을 총괄했다. 디지털 광고시스템을 만들어 수익 기반을 다졌고, 2006년에는 당시 16억5000만 달러(약 2조2500억원)에 달했던 유튜브 인수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CEO로 유튜브에 합류했고, 지난해 2월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이유 등으로 CEO직에서 물러났다. 워치츠키가 이끌던 기간 유튜브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 20억명을 넘으면서 구글의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일부를 개발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5억명 이상이며 매분 500시간 이상 콘텐츠가 플랫폼에 업데이트되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피차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래리와 세르게이에게 빌린 차고에서 시작해 소비자 제품 전반의 팀을 이끌고 광고 비즈니스를 구축한 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인 유튜브의 CEO가 되기까지 수전의 여정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초기 구글러 중 한 명으로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해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전은 유튜브가 학습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깨닫고 소외된 지역 사회의 STEM 교육의 범위를 넓히는 '에듀튜버'를 옹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IT 업계 거물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현재 유튜브 CEO인 닐 모한은 SNS를 통해 "17년 전 수전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며 "그의 유산은 구글과 유튜브 모든 것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COO는 SNS를 통해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리더 중 한 명이자 주요 기업을 최초로 이끈 수전은 실리콘밸리 전체에서 여성을 위한 기회를 확대하는 데 전념했다"며 "그의 변함없는 지원이 없었다면 제 경력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터넷 경제에서 워치츠키만큼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은 없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