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산학박사 1호'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
정부24 전산망 마비 이어 민원서류 오류발급 사고 재차 발생
"남의 서류나왔으면 '프로그램 오류' 아닌 '데이터 오류'"
정부24 전산망 마비 이어 민원서류 오류발급 사고 재차 발생
"남의 서류나왔으면 '프로그램 오류' 아닌 '데이터 오류'"
문송천(사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는 7일 지난 달 총선 전후로 발생한 정부24의 민원발급 서비스 오류 발급 등의 문제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국내 최고 전문가의 일침이다. 문 명예교수는 '전산학 박사 국내 1호'이자 IT 용어 중 하나인 '클라우드(CLOUD)'를 처음 만든 소프트웨어(SW) 1세대 학자다. 그는 현재도 유럽IT학회 아시아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까지 대구광역시 행정데이터맵 구축 자문을 맡은 현역 전문가다.
문 교수는 끊이지 않는 정부의 행정전산망 사고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는 4월 초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에서 신청인의 서류가 아닌 타인의 졸업증명서나 납세증명서 등의 서류가 발급된 사태와 관련해 진단을 내렸다.
행정안전부는 오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날짜나 건수나 원인 등은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관련 지적이 이어지자 5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교육민원 서비스 오류발급은 646건이며, 납세증명서는 587건 오류발급됐다"며 "성적·졸업 등 증명 관련 오발급 서류는 4월 1일 확인 즉시, 법인용 납세증명서 오발급 서류는 4월 19일 확인 즉시 삭제 조치했다"고 했다.
오류 발급 원인에 대해서는 "모두 개발자의 프로그램 개발상 실수(코딩)"라고 해명했다. 정부24와 교육 정보시스템 간 연계 프로그램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다른 사람의 증명서가 발급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국세청의 법인용 납세증명서의 발급 서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상호명과 사업자번호 대신 대표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문 교수는 '프로그램 오류가 아닌 데이터 오류'라는 점을 지적하며 "'데이터 품질' 원칙을 무시하고 데이터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문 교수는 "문제를 일으킨 코딩 부분이 납세증명 문서나 성적증명 문서들에만 액세스(접근)했을 리 없다. 코딩 문제라면 지난해 11월 이후 사건사고가 수십건 내지 수백건 수준이 아니라 수백만 건에 달해야 할 것"이라며 "문제의 성격을 하드웨어나 코딩에 국한시키지 말고 정보시스템에서 거의 모든 문제의 근원인 데이터 쪽을 면밀히 체크해 규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진단위원회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진단위원회 명단과 프로필을 공개해 문제 진단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전문가가 참여해야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금융계의 FBI'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비롯한 특허청, 국방부 데이터 설계도를 수정·통합한 주인공이다. 2004년 당시 전문가로 투입됐던 그는 시스템이 분절 설계된데다 불필요한 이중 삼중화 설계로 불필요한 데이터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결국 데이터가 시스템을 무겁고 느리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불가피한 데이터만 남기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제거하는 처방을 통해 데이터를 완전 통합·전면 재설계했다. 정부 시스템 중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이후 20년간 단 한번도 차세대형 개편없이 작동 중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문 교수는 "하드웨어나 망은 안전성을 위해 이중 삼중화가 권장되지만 데이터 쪽은 그렇지가 않다"며 "현재 정부24 등 흩어져 관리되는 행정전산시스템의 총 규모는 적게는 1400개(크게는 1만7060개)로 집계되는데,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 문제의 규모가 단순 비례가 아닌 제곱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한다는 상식을 알고 문제에 접근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스템 수 규모에 비례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보수 유지 운영비를 생각하면 일부 수정 차원이 아니라 전면 통합 재설계가 훨씬 쉽고도 효과적일 때가 많다"며 "분절된 과거 시스템을 가능한 한 통합해 시스템 비효율을 점차 줄여 나가는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확언했다. 또한 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면 통합이 시급하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문 교수는 "데이터 품질을 높이지 않고는 클라우드는 잡동사니 집단 수용소처럼 되고 말 것"이라며 "전면 통합은 난공불락이 아니다. 생각보다 쉽게 시간이나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해낼 수 있다. 행안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및 각 지자체들은 대구시의 데이터 통합 선진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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