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시행 개정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에는 기업 총수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지만, 2·3세로의 경영권 승계와 외국인 동일인 및 친족의 등장하면서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등 동일인 판단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일인 판단기준이 불분명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정위는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같은 기업집단에 한해,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을 것 등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돼야 한다.
동일인을 법인으로 기지정한 기업집단의 경우에도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해 지정할 수 있다.
동일인 기준 개정의 발단이 된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정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으나,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규정이 마땅치 않아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에 국내 기업집단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김 의장은 결국 동일인 지정을 피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김 의장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 출자자로,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돼 동일인 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봐도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계열사와 자금거래가 없는 등 이번 개정안에서 규정한 예외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이에 현재와 같이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유지될 거라는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동일인 지정 기준은 곧 있을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대기업집단 지정의 객관성·합리성 및 예측가능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