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장기 불황의 바닥을 찍고 실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어 왔지만 하반기부터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반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 1조6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6억원으로 40.5% 줄었다. 그러나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123.9%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합성고무 부문 덕분이다. 합성고무의 부문은 5955억원의 매출과 2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전분기 대비 각각 12%, 64.1% 증가했다.
이는 합성고무의 원재료인 BD(부다티엔)이 전분기 대비 수요가 회복되면서 고부가 제품의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합성고무 자체가 타이어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데, 2분기 중반 이후에는 원재료 공급 이슈가 완화되면서 시장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3세대 탄성소재인 EPDM(특수합성고무)·TPV(친환경고무)도 가동률 상향과 판매량 증가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매출은 전분기 보다 5.9% 증가한 1685억원, 영업이익은 182.92% 늘은 232억원을 기록했다.
EPDM와 TPV는 일종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EPDM는 주로 차량용 고기능성 특수합성고무 원료로 사용된다. TPV도 물성 개선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견조한 시장 수요로 판매량과 수익성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는 곳은 금호석유화학뿐이 아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올 1분기 매출 4조4552억원,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58% 늘었고, 적자 역시 전 분기(1170억원)보다 줄었다.
LG화학은 2분기 흑자 전환까지 전망하고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 장기화 등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가전과 주요 제품의 성수기 진입과 중국의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정책, 고부가 제품의 신규라인 가동 등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고부가 분야에서는 1분기 태양광용 POE, 반도체용 C3-IPA 신규 라인 가동 효과와 2분기 북미와 인도의 ABS컴파운드 공장 가동에 힘입어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며 고수익 제품의 본격적인 수익 기여는 하반기와 내년부터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일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 역시 적자 폭을 줄였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171억원이다. 전분기인 2726억원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변하기 위한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원료 페트를 생산하는 울산공장과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공장 활용 방안과 인력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전략적인 사업 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집중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 시기를 맞추기는 힘들지만 하반기에 글로벌 수요 회복이 이뤄진다면 경영 성과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