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차기 의장 후보들이 의장의 중립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오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2002년 정치개혁 전만 해도 여당이 다수당이다보니 한국 의회는 늘 있으나 마나, 행정부의 시녀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후 의장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영국 등 예를 들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18일 14박15일 일정으로 믹타(MIKTA) 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 중인 김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를 열어주지 않으면 의장의 출국을 저지하겠다고 압박한 것에는 "요새 너무 성질들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정치, 진영정치 영향으로 '묻지 마 공격'하는 게 습관화가 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 외압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의 특별검사 도입법안을 표결에 부쳐 의결했다.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다시 본회의에서 재의 투표를 해야 하는데, 오는 20∼28일 사이에 한 번 더 (재의 투표를 할) 본회의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2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여당에는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하던 얘기"라며 "그러려면 뭘 하러 국회의원이 됐느냐"라고 질타했다.
김 의장이 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은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과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 조정식·정성호·우원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의장 후보군이 '여야 협치'를 강조해온 21대 국회 의장단을 겨냥해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면서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7일부터 이틀간 의장 후보자 등록을 받고 16일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김미경기자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