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현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마주 앉아 덕담을 건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을 출발, 예정된 2시 무렵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청사 입구에서 홍철호 정무수석이 민주당 측 이 대표와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 회담 참석자들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청사 2층 집무실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 대표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계열 넥타이, 이 대표는 검은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악수를 나누면서 윤 대통령은 왼손으로 가볍게 이 대표의 오른팔을 '툭' 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집무실로 입장할 때 이 대표는 "아이고, 대통령님"이라며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오랜만입니다"라고 맞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하느라 고생 많으셨을텐데 다들 건강 잘 회복하셨나"라고 웃으며 안부를 물었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며 감사 인사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측 배석자들과도 악수를 나눈 뒤 원형 테이블로 이동했고, 이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테이블 좌측부터 박 수석대변인, 천 실장, 진 의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홍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둘러 앉아 환담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초청에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후보 때 저희가 행사나 TV토론 때 뵙고, 당선축하 인사 전화도 해주시고, 국회에 가서 한두 차례 뵙고, 오늘 이렇게 또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가 국군의 날 행사나 어디 행사장에서 가끔 뵀다"며 거리감을 좁혔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은 것 같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저와 이 대표님 만나는 걸 우리 국민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뒤이어 이 대표는 취재진이 퇴장하기 전, 원고지 24매 용지에 준비해온 5400자 분량의 모두발언을 꺼내며 "제가 대통령님 말씀 먼저 듣고 말씀드릴까 했는데"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삼간 채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 말씀하시죠"라며 경청에 들어갔다.
이후 이 대표는 "저희가 (여의도에서)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로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웃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현안별 입장을 빠짐없이 담은 원고를 읽어내려간 15분 동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발언을 들었으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 민의를 존중해달라"며 그동안 대통령 거부권(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여러 의혹도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대국민 사과'와 김건희 여사 등 직접 언급을 피한 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이재명(가운데 중 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