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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베트남은 국내 기업들에 여전히 매력적… 부동산 규제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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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정정태 파트너 변호사·호치민 사무소장
베트남서 13년 근무… 현지 진출 국내 로펌 중 최장 경력
신한은행 현지법인 합병·네이버 현지 게임업체 인수 자문
"베트남, 인건비 상대적으로 싸고, 생산성과 근로의욕 높아"
"동남아 발판으로 해외 시장서 최고의 로펌되는 것이 목표"
[오늘의 DT인] "베트남은 국내 기업들에 여전히 매력적… 부동산 규제 주의해야"
법무법인 지평 호치민시티 사무소장 정정태 변호사. 박동욱기자 fufus@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라면 부동산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상사거래나 기업 관련 법제는 세계가 비슷하지만 부동산 법규는 나라마다 특색이 있고, 법 내용도 다 다르거든요. 또 사무실 임차나 트레이딩을 하려는 기업들은 소송 관련 법제, 즉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상사 관련 분쟁 시효가 5년인 반면 베트남은 2년입니다. 2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없는거죠."

국내 대형 로펌(법무법인) 가운데 하나인 지평의 정정태(50·사진) 파트너 변호사의 얘기다. 지평의 호치민시티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베트남에서 13년 넘게 일하고 있는 동남아 전문가다. 지평이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올들어 발족한 동남아법률지원센터장도 맡고 있다.

"베트남에 처음 간게 2011년이었는데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본격화된 시점이었죠. 지금 호치민 코참(대한상공회의소)에 등록된 한국 기업만 7000개에 달합니다. 외국인 투자 규모로 따졌을때 매년 1,2위 하던 한국이 작년 하반기 6위로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베트남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매력적인 곳이에요." 정 변호사는 "자국내 생산 비용 상승에 따라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중국 기업들도 많다"며 "베트남은 최저임금이 전국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다른데 1급지인 호치민이나 하노이의 경우 월급 기준 25만~26만원 가량이다. 섬유 등 경공업의 경우 임금은 보통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그는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의 합병 자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베트남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첫 작품이었던 데다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합병의 최초 사례이기도 했다. 신한비나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된 조흥은행이 합작으로 세운 은행이었고,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 현지 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한 은행이었다.

신한은행 외에 롯데제과의 베트남 상장기업 비비카 지분 인수, 롯데쇼핑의 현지 10여개 롯데마트점 설립,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교환사채 발행 및 인수, LS전선 및 화승엔터프라이즈 베트남법인의 한국거래소 상장, 네이버의 베트남 게임개발업체 인수, CJ E&M의 베트남 영화 공동제작 투자, 대우건설의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개발사업(THT) 등이 정 변호사와 지평 베트남법인이 자문한 굵직한 프로젝트다.

지평은 호치민외에 하노이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일하는 변호사만 20여 명이 넘을 정도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로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평 베트남법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금융법 전문지 IFLR(International Financial Law Review) 1000이 매년 선정하는 로펌 평가의 뱅킹·파이낸스 및 M&A 분야에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계 로펌 중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notable) 로펌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로펌 소속 변호사 가운데 가장 오랜 현지 경력을 보유 중으로, 2023년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제1회 전문분야 변호사 평가'에서 국제분쟁·해외법무 분야 베스트 변호사에 꼽히기도 했다. 지평은 베트남 외에 중국(상하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캄보디아(프놈펜), 라오스(비엔티안), 미얀마(양곤), 러시아(모스크바) 등지에 해외 사무소를 운영,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돕고 있다.

정 변호사가 기업 관련 법무 일에 뛰어든 건 군법무관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다. 대구 출신으로 덕원고를 졸업한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법과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32기)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했다. 당시 심한 아토피를 앓던 한 병사의 탈영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탈영미수의 경우 복무의사가 있으면 기소를 안하고 의사가 없으면 기소하는 게 원칙인데, 해당 병사가 복무의사를 안밝혀 결국 기소를 해야 했다. 그때 처벌을 염두에 둔 소송보다는 법률 수요자를 도울 수 있는 자문 분야로 방향을 정했다. 2006년 지평에 오게 된 건 로펌의 성장 가능성과 지평에서 일하는 선배에 이끌려서다. "로펌에 발을 디딘 후 3년 정도는 '빡세게' M&A 관련 법제도와 실무를 배웠어요. 그 후에야 로펌을 찾는 고객들에게 나만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정 변호사는 고교때만 하더라도 사회학이나 외교학에 관심이 많았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에서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 노래를 들으며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도 싶었다. 그런데 고3때 진학지도 선생님의 권유가 법학으로 방향을 틀게 했다.

"베트남은 제조업체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비교하더라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생산성과 근로의욕, 손재주와 머리 쓰는 법 등이 모두 나아요. 인구 1억명으로 내수 시장도 커 금융, 유통업체의 진출도 권장할 만합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대졸 초봉이 90만원 선으로 베트남의 두 배를 넘고, 인구 또한 3400만명 정도로 내수가 적어 진출에 한계가 있지만 풍부한 자원과 값싼 전기·가스 가격, 정부의 ICT 분야 투자 유치 노력 등으로 IT기업의 진출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태국은 인구가 7200만명으로 내수 시장이 크고 일본 기업들이 일찌감치 진출했으며, K-컬쳐에 대한 수요 또한 많아 기계·부품업체나 문화산업에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베트남에 갈 경우 호이안과 사파를 들러보길 추천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선정된 작은 도시로 15~16세기 중국의 무역상들이 살던 목조가구가 인상적이다. 한적하게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다고 귀띔했다. 사파는 하노이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북서부 고산지대 마을로 베트남 최고봉 판시판산(해발 3143m)을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고, 8월말엔 계단식 다랑이논의 황금빛 벌판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 철학을 묻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치죠. 그의 말처럼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려고 하고 있다"며 "동남아의 업무 영역을 확장해 해외 시장에서 최고의 로펌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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