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5월 중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출금 지연 제도가 제때 시행되지 않았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개 거래소 중 실제로 해당 제도를 재개한 곳은 코인원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금 지연 제도는 법적 의무가 아닌 거래소 자율 조치이지만, 시행 여부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디지털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출금 지연 제도를 5월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 빗썸, 코인원, 코빗 가운데 실제로 이행한 곳은 코인원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출금 지연 제도는 회원이 원화를 입금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가상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신규 회원의 경우 원화를 입금한 뒤 72시간이 지나야 가상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편취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를 막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출금 지연 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해왔다. 그러나 빗썸, 코인원, 코빗은 지난해 이용자 불편 완화 등 사유로 출금 지연 제도를 중단했고 이후 거래소 연계 은행 계좌를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빗썸은 작년 9월 출금지연 제도를 중단하기 이전 6개월간 월평균 지급정지 건수가 13건에 그쳤으나, 중단 이후 올해 3월까지 월평균 지급정지 건수가 402건으로 급증했다. 지급정지 금액도 같은 기간 2600만원에서 10억1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코인원의 경우 중단 이전 6개월간 평균 지급정지 건수는 3건에 불과했으나 중단 이후 올해 3월까지 월평균 지급정지 건수가 83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지급정지 금액은 1500만원에서 77억7300만원으로 뛰었다. 코빗은 중단 이전 지급정지 건수가 전무했으나 중단 이후 올해 3월까지 29건이 발생했고 금액은 2억9500만원에 달했다.
이에 세 거래소는 지난달까지 약관 개정과 전산시스템을 정비해 출금 지연 제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코인원만 약속한 시간을 지킨 것이다. 코인원은 가상자산 24시간 출금 지연제가 5월 30일부터 재시행된다고 지난달 27일 공지를 통해 알렸다.
빗썸과 코빗은 전산 시스템 정비 등의 이유로 출금 지연 제도 재개 시점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사 관계자들은 "시스템 정비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재개 시점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정비가 완료되는 대로 공지 후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예정된 시기보다 재개 시점이 늦어지고 있으나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법령상 의무가 아닌 거래소의 자율적인 조치인 만큼 시행 여부와 시점은 각 거래소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금 지연 제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예방 차원에서 거래소가 협조해주는 방식"이라며 "빗썸과 코빗의 재개 지연 상황을 전달받은 만큼 거래소들의 진행 상황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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