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 내에서 30일 "당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를 향해 '더 가열찬 혁신과 쇄신에 나서달라'는 주문에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요한 혁신위의 일명 '희생 권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서울 광진구갑 원외당협위원장인 김병민(41)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안에 관해 "지도부 일원들이 가진 막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의 무게만큼 우리 당이 훨씬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4일 장예찬(35) 청년최고위원이 채널A 방송에서 "지도부에 저를 비롯한 젊은 최고위원들은 전폭적으로 인요한 위원장과 혁신위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정치했던 선배님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민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김병민 최고위원은 "우리는 얼마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고, 국민께 한번의 더 기회를 얻기 위해 간곡하게 혁신위 출범을 요청드렸다"며 "혁신위원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많은 분들을 간곡하게 설득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인요한 위원장을 필두로 혁신위가 출범하고 난 다음 '오직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 당을 변화·쇄신·혁신'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안타깝게도 세간의 시선은 혁신위 활동의 방향과 속도를 당 지도부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런 매서운 질책을 무척 따갑고 아프게 받아들인다. 혁신위의 실패는 곧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가 될 것"이라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수도권 격전지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보면 그 표정에 근심과 걱정이 묻어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날 정권교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약속했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민께 약속드린 무거운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역사의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 앉은 자리의 무게와 자릿값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혁신의 전권을 주겠다' 약속하면서 어렵게 모셔왔던 그 초심처럼 혁신위가 더 가열차게 국민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이어가길 진심으로 희망하고 응원한다"며 "국민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해나가겠다고 다짐한다"고도 했다.
지난 11월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왼쪽부터) 당대표와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이 비공개 면담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하지만 김기현 당대표는 혁신위의 요구 일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인 위원장과 공개 충돌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열고 지난 3일 '권고'했던 당 지도부·친윤 핵심·스타 중진 의원 희생(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청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했다.
인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안건을) 최고위에서 논의해달라"며 "당의 책임있는 분들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지금 선거까지 4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또 "혁신의 특징은 100점 아니면 빵(0)점"이라며 다음달 4일까지 지도부의 수용·불수용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신다던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며 "(그동안 공천 관련)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긴다는 일반적 답변으로 일관해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요청했다. 총선을 바라본 '선출직 출마 포기'도 공식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갖고 활동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간접화법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인 위원장 요구를 거절했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했는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이준석 전 당대표가 "그동안 혁신위원장으로서 하여간 수고하셨다"고 한 데 이어 '혁신위 고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