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죽책은 신정왕후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에 제작된 것으로, 조선왕실의 전형적인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으며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조선왕실의 어책과 어보는 조선시대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유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죽책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당했거나 불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다 2017년 프랑스 파리 고미술 시장에 경매로 올라온 것이 발견됐다. 이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관련 기관의 노력과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각종 지원이 더해져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로,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이지만 우리 문화재 지키기에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적극적이다.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은 후 문화재 환수, 문화 유적지·문화유산 보존 처리, 역사 교실, 한복 홍보 등 다양한 문화유산 보호·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환수한 문화재만 6점에 달한다. 그 공로로 문화재 분야,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2013 대한민국게임대상 '사회공헌 우수기업상', 2017 문화유산보호유공자 포상 '문화유산의 봉사·활용'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번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의 보물 지정은 더욱 의미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외국계 기업이 환수를 지원한 문화재가 국가 보물로 지정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환원사업 총괄은 "이번 보물 지정은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의 역사적인 가치에 대한 또 한 번의 확언인 동시에 민간 기업의 지원 하에 이뤄진 국외문화재 환수 유물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이례적 케이스"라며 "병인양요 당시 외규장각에서 소실된 유물 중 유일하게 국가 소유인 문화재이다 보니 국가문화재 지정도 가능했는데, 그 과정에 라이엇게임즈와 유저들이 함께 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문화유산 보호·지원을 위해 기부한 지원금은 76억7000만원이다. 이는 문화재청과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고 금액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올해도 활동을 이어간다. 환수를 지원할 7번째 문화재를 찾는 일을 비롯해 문화유적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운영, 조선왕실 유물의 전문 복제본 제작, 학술연구 지원 등을 이어간다.
구 총괄은 "문화재 지킴이로서 10여년간 사업을 이끌어오며 가장 감사하고 뿌듯한 부분이 우리 유저뿐 아니라 대중,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환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7번째 인연을 찾기 위한 국외문화재환수 지원은 올해도 귀를 열어두고 진행 중"이라며 "또 한 번의 반가운 소식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