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세제개편안 발표
4월까지 덜 걷힌 세금 34조
법인세 인하 내년 미뤄질 듯
다자녀 稅 부담 완화 등 검토
가족친화적 정책 발굴 나서
정부가 다음달 말쯤 내놓는 세제 개편안에 저출생 위기 해소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 부동산세와 법인세, 상속세 등의 부담을 완화하는 굵직한 개편은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7월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우선 공정 시장 가액비율을 올리거나 그대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80%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과세표준을 상향조정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은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당 폭 완화 조치를 취한데다 공시가락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지난해까지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해선 1주택자 대비 갑절 안팎의 높은 세율이 부가됐다. 하지만 올해는 과세표준 12억원까지 다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하고 있다. 기본세율도 3억원 0.6→0.5%, 6억원 0.8→0.7%, 12억원 1.2→1.0% 등으로 인하됐다.
양도소득세는 과도한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단기 거래 양도세와 관련해 1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중과를 폐지하고 1년 미만 단기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세율을 70%에서 45%로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분양권을 양도할 때의 세 부담도 낮추는 등 단기 양도세율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세제를 강화하는 건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세제를 낮췄으니 다시 높여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이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세제 지원 방안도 논의에 오를 전망이다. 다자녀 가구에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양육 관련 지원금을 확대해 출생과 양육을 장려하는 가족 친화적인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구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법인세 개편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앞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축소하는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국회서는 과표 구간을 유지하고 각 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의 격론 끝에 법인세 개편을 마무리했는데 정부가 올해 같은 내용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추 부총리는 "한 해 정도는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법인세 개편 순연을 시사했다.
상속세의 유산 취득세 개편도 당장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법률적 쟁점이 다수 제기되고, 외국 사례도 보다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연구 용역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면서 "추가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모든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개편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2월 24일 조세개혁추진단을 출범해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체계를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상속세는 유산 총액에 대해 세율을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는데, 이를 개별 상속자가 취득한 유산별로 세율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세수 감소도 세금 완화를 늦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 4월 누계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 9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가 15조 8000억원 감소했고, 소득세(8조 9000억원)와 부가가치세(3조 8000억원), 교통세(7000억원) 등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이라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개편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