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휴일인 4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태악 위원장의 사퇴와 감사원 감사 수용을 요구했다. 특히 조사 대상이 조사기관을 고르려는 행태와 더불어민주당과 연대 의혹을 비판하며 "야당찬스"라고 꼬집었다.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노 위원장이)뒤늦게 나타나 기껏 한다는 조치가 말로 '사과한다'는 것뿐이고 행동은 '감사원 감사 거부'다. 대충 적당히 버텨보겠단 태도"라고 비난했다. 또 "자정능력 자체를 상실한 선관위가 국민들의 감사요구에 대해 맛집 고르듯이 '이 집이 좋겠네 저 집이 좋겠네' 식으로 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관위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대해선 "강제조사 권한도 없고 선관위 제출 자료만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수사기관 수사에 대해선 "고소고발된 피의자의 피의사실에 한정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계점을 짚은 뒤 "선관위가 이런 점을 잘 알고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독립기관 흔들기'라며 선관위를 두둔하는데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출했다.
김기현 대표는 "선관위 고위직들이 이토록 겁도없이 과감하게 고용세습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가 민주당과 '공생적 동업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선관위가 주요 선거때마다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편파적 해석했던 사례가 많았단 점은 선관위와 민주당의 공생적 동업관계를 더욱 확신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총선 등 전국선거,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의 갈등 앙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가 그렇게 두렵나. 강제조사권 없는 권익위 조사는 두팔 벌려 환영하면서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는 걸 보면 도대체 감춰야할 치부가 얼마나 많기에 그러나"라며 "채용비리로 얼룩진 선관위에 경종을 기하고 이땅에 아빠찬스를 종식시키기 위한 일이니만큼 야당인 민주당도 이 문제에 적극 협조해줄 거라 기대했건만 이 또한 커다란 착각이었던 것 같다"고 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청년에게 상실감을 안긴 선관위 채용비리 규탄에 앞장서야할 시간 부산앞바다를 찾아 철 지난 반일몰이 선동에 열을 올리며 괴담정치에 골몰하기 바빴다. 민주당은 아빠찬스 원조정당으로서 선관위 채용비리에 별다른 문제를 못 느끼나"라며 "아니면 김남국 코인 문제 돈봉투 쩐당대회에 비하면 이 정도 부정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의 부도덕이 당대표부터 당 전반에 만연해있으니 이런 일은 손도 대지 못하고 결국 거리로 나가 괴담이나 유포하며 선동정치 열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아빠찬스 형아찬스 이어 야당찬스로 선관위 위기를 모면해줄 기회를 줄 요량이 아니라면 야당인 민주당도 이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 선관위가 꼼수로 문제회피하지 못하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선관위의 감사원 직무감찰 거부에 대해 "자정능력이 사라졌는데 최소한의 판단능력까지 상실한 것 같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와 민주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는 받겠다며 마치 쇼핑하듯 기관을 고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자처해야 한다. 끝내 거부한다면 감사원 감사방해 행위에 대해 고발을 비롯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해 3·9 대선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관리부실 문제를 연계해 "선관위의 '빨간 소쿠리' 안엔 아빠찬스가 가득 담겨 있다"며 "이런 망신살을 초래하고도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던 결과, 부정채용 이슈가 날마다 심각해져도 감사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전현희 위원장이 버티는 권익위 감사는 받으면서 '타이거' 유병호 사무총장의 감사원 감사는 무섭단 말인가. 도둑이 경찰서 고를 수 있나. 마포(경찰)서 조사는 받기 싫고 강남서 조사는 받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아빠찬스로 빨간 소쿠리에 몸을 싣고 선관위에 부정채용된 당사자 자녀들도 엄정조사를 통해 약간의 부정이라도 나온다면 선관위에서 사퇴(직)해야 한다"며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했다고, 아빠찬스 쓴 아빠가 사퇴했다고 그 자녀들을 계속 놔두는 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했다고 (딸) 조민씨를 계속 의사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당) 청년들은 이같은 불공정 채용을 절대 묵과하지 않고 말이아니라 행동으로 선관위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관리 부실과 자녀 채용비리 비판 발언을 하며 '빨간 소쿠리'에서 '아빠 찬스'라고 적힌 카드를 꺼내고 있다.<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중계영상 갈무리>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채용비리 이외의 이슈도 잇따라 짚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자녀 특혜채용 의혹만 벌써 11건이고 전수조사하면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선관위를 복마전(伏魔殿)에 빗댄 뒤, 감사 거부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경징계로 일관해왔단 건 얼마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기관인지 내부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추가 논란을 소환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어제(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석달 전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학력같은 채용지원자 신상정보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유권자 4400만명 정보를 가진 선관위가 해선 안 될 실수"라며 "이러니 선관위가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메일과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와 국정원의 보안점검컨설팅은 또 다시 독립기구임을 내세워 거부했으니 후안무치하다"고 쏘아붙였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선관위의 문제는 '소쿠리 투표' 관리부실, '아빠찬스 형아찬스' 채용비리가 다가 아니었다"며 "석달 전엔 선관위 채용공고에 지원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첨부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이 지원자는 대한민국 헌법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를 입었고 채용에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어야했는데 선관위는 이 청년이 입은 심각한 피해를 대체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가세했다.
이철규 당 사무총장은 "선관위는 2019년도에도 (채용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전례가 있음에도 헌법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감사와 수사를 압박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현직 대법관이기도 한 노 선관위원장에게 "우리는 지난 6년간 사법부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목격했다. 김명수 대법원의 대법관 출신 선관위원장님, 그래서 김명수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인가"라며 "후배 판사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는 길을 찾으라"고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