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 재발을 막기 위해 중증·경증환자 관리 이원화 방침을 세웠다. 지역응급상황실을 통해 이송된 응급환자를 병원이 의무 수용해야 하고, 병상이 부족한 경우 경증환자를 빼서라도 배정한다는 구상이다.
당정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지난 3월 대구 10대 청소년에 이어 지난 30일 경기도 용인에서 70대 응급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에 실린 채 숨지자 여당과 보건복지부는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수술의사와 중환자실 병상 확보 노력, 그리고 경증환자나 응급실 과밀화 현상 해소화, 그리고 구급대 의료기관간 정보공유체계 실질화 효율화 내용으로 당정협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당정이 진단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재발 원인으로 "첫째는 수술 의사와 중환자실 병상 부족, 둘째는 약 70%에 이르는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 셋째 구급기관 의료기관간 정보공유체계 미흡 등이다. 이 3가지를 보완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4월5일 당정결과에 따라 마련한 장기적 구조적 계획 틀을 유지하되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며 "원스톱 응급의료시스템에 관해선 빈 병상과 집도의 등 의사 현황을 우선적으로 환자 이송 출발 단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컨트롤 타워로 지역응급상황실을 설치해 환자 중증도, 병원별 가용자원 현황에 기초해 이송 전원을 지휘 관제하고 이를 통한 이송의 경우 수용을 의무화한다"며 "병상이 없는 경우는 경증환자를 빼서라도 배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구급대는 경증 환자를 지역 응급 기관 이하로만 이송을 원칙으로 하고 권역별응급센터는 응급실 진료 전에 중증도를 분류해 경증 응급환자는 수용하지 않고 하위 종별 응급기관에 분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당정은 경증환자로 분류될 국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 외상센터 등에 설치된 종합상황판 정보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관리 인력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또 비번인 외과의사가 집도할 경우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추가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한편 이번 협의회엔 여당에서 박 의장과 이만희 국회 행정안전위 간사·이태규 교육위 간사·강기윤 보건복지위 간사가 참석했다. 정부에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응급실 뺑뺑이 재발방지를 위한 단기 대책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충' 주장엔 "확충해도 현장 투입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며 별도 대응을 시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박대출(왼쪽 두번째) 국민의흼 정책위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