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 `방안 코끼리` 옮기려는 청년… "헬스케어가 노인노화 늦출수 있어요"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부친 병치레·40개국 무전여행 거치며 실버케어에 눈떠
노인 900만명중 국가 돌봄받는 노인 70만도 안돼
IT기술·데이터로 해결해보자고 팔걷고 나서
[오늘의 DT인] `방안 코끼리` 옮기려는 청년… "헬스케어가 노인노화 늦출수 있어요"
박재병 케어닥 대표





시니어 돌봄플랫폼 '케어닥' 박재병 대표

"방 안에 코끼리 두 마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도저히 코끼리를 내보낼 방법이 없죠. 그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아마도 코끼리를 못본 척 할 겁니다. 노인 문제가 그것과 같아요. 부모님이 늙어가신다는 것, 누군가는 돌봐야 한다는 것, 하지만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 다 분명한 일이지만 모두 덮어두고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당장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사회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리는 늙는다. 모두가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언급하길 꺼리는 노인 케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코끼리를 안전하게 옮겨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시니어 돌봄 서비스 기업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34)다. 케어닥은 2018년 설립된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박 대표는 농사꾼 집안의 막내로 자랐다. 초등학교 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는 6개월의 장기입원과 치료에도 수년간 심한 후유증을 겪으며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병마에 넘어졌다. 치매 노모를 돌보던 어머니는 아버지 간병과 농사와 육아까지 모두 떠맡아야 했다. 막내아들은 이 가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대기업 가면 다 해결될 거야라며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학사장교에 지원하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들을 따는 데 몰두했어요. 그러다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을 만났는데,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것 같던 청년들은 그저 상사를 욕하는 평범한 신입사원이 돼 있었거든요. 소설 '등신불'을 쓴 김동리 작가가 원래 스님이 되려고 절에 들어 갔다가 선천적으로 가부좌(불좌) 자세를 못해서 포기하고 글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런 것처럼 곧장 취업을 포기했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그래서 노화와 질병은 특정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갑자기 찾아오는 병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까지 고통에 빠뜨린다. 번듯한 직장에서 벌어 온 돈으로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지만, 이런 구조적 한계가 있는 한 누구라도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과 방황은 980일간의 40개국 무전여행으로 이어졌다. 긴 여행 동안 도시의 노숙자부터 남미의 대통령까지 만났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시골 백수'라는 이름의 여행 블로그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독일에 갔을 때는 파독 간호사를 만났어요. 50여년 전 독일에 온 동포 여성들은 간호 말고도 지금 요양보호사들이 하는 간병과 보호 등을 맡아했다고 해요. 그만큼 서구에서는 요양보호의 역사가 오래된 것이죠."


한국에 돌아와서는 '에어텔(항공·숙박 결합 상품)' 전문 여행사를 열었다. 무전여행에서 받은 도움을 사회에 되갚고 싶은 마음에 독거노인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여행사 버스가 한가한 시즌에는 할머니들 가을 소풍도 보내 드리고 찜질방에도 모시고 갔다. "자주 가는 경로당에 눈이 안보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시설에 입소할 등급은 안나와서 혼자 지내시더라고요. 아 이거 문젠데? 경로당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영업을 하러 와요. 가끔은 소속을 안밝히는 브로커가 와서 뒷돈을 주면 보조금 계약을 하고 시설엔 안들어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어떻게 풀어야 하지 고민하다가 실버케어 관련 창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
노인 장기요양 실상은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장기요양 시설 인구는 노인 인구의 10%도 되지 않았다. 2020년 요양시설 중개와 간병인 중개를 위한 플랫폼을 시작했다. 케어닥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부터 케어코디(간병인·요양보호사) 매칭, 일지 확인까지 가능하다. 케어닥은 이후 병원 간병 뿐 아니라 개인 간병, 방문 운동, 생활 돌봄, 방문 요양 등 '홈케어' 서비스까지 구축했다.

"내일 당장 어르신을 케어할 사람 필요한데 자녀들은 출근해야 하잖아요." 케어코디는 매일 돌보는 시니어의 식사량, 배변, 돌봄 영역 등을 일지로 기록하고, 보호자는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간병비 정찰제를 도입해 간병 중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나 시설·서비스 이용료의 투명성을 높이고, 결제 수단을 확대했다. 업계 최초로 케어코디의 사진, 자격 사항, 돌봄 이력,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등이 담긴 프로필과 실사용자 후기를 공개해 만족도를 높였다. 현재는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오프라인 거점(방문형 센터)을 10곳 운영하고 있다. 케어코디 교육원도 갖췄다. 케어닥의 월 돌봄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1만명, 월 거래액은 60억원 수준이다.

급할 때 요양보호사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박 대표는 "요양보호사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 힘든 직업인데 비해 처우가 좋지 못하고 사회적 인식도 낮아서 자격증을 가지고도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요. 운영자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입장에선 요양보호사 임금도 다 비용이니 최저임금으로 맞춰져 있거든요. 노령화 문제를 정부가 전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민간이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의 공급자 위주 수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역사상 가장 부유하다는 '베이비부머'도 곧 노인이 됩니다. 그런데 여전히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복지 제도는 70년대나 80년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에요. 시니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든 생각인데, 노인은 한번 아프면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운동 치료를 통해서 눈에 띄게 좋아지는 분들을 보면서 더 나빠지기 전에 재활 운동을 제 때 진행한다면 노화를 훨씬 뒤로 늦출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그 게 바로 헬스케어 아닐까요."

우리 나라의 노인 인구는 900만명에 육박한다. 이중 국가의 돌봄을 받는 노인인구는 70만명도 되지 않는다. 복잡하고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노인 문제를 IT기술과 데이터로 해결해보자는 박재병 대표. 방 안의 코끼리가 한 발짝 움직인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오늘의 DT인] `방안 코끼리` 옮기려는 청년… "헬스케어가 노인노화 늦출수 있어요"
박재병 케어닥 대표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