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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삼권분립 무력화 사법 정비 강행 네타냐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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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삼권분립 무력화 사법 정비 강행 네타냐후 사면초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법원의 인사를 의회를 통해 집권당이 좌지우지 한다면 그런 나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이 작동하는 나라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시도하고 있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그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사법 정비' 입법에 공개 반발하는 고위 공직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대응이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으며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주요 도시인 텔아비브, 예루살렘, 하이파 등에서는 연일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정의 '삼권분립 파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더욱이 입법에 반대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네타냐후 총리가 해임하면서 강대강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27일에는 헤르초그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저지하려 물대포까지 동원하는 등 이스라엘 정국이 총체적인 혼돈에 빠져드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요지부동입니다. 갈란트 장관의 해임을 빗대 트위터에 "복무를 거부하는 자들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국방장관 뿐 아니라 군 참모총장도 입법에 부정적입니다. 헤르츨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복무거부 예비군에 대한 온건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총리가 그 역시 해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파 연정이 추진하는 이스라엘의 '기본법' 개정안은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의회 입법을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선정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는 의회가 인사를 통해 사법부를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의원내각제 체제에서 의회는 다수당 정부가 장악하므로 결국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지키지 않고 집권당이 삼권을 모두 쥐겠다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이런 입법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국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각국 등도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작금의 이스라엘 상황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는 견제와 균형에 의해 강화되며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추구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방국들의 우려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파 연정과 네타냐후 총리가 입법을 강행할 경우 이스라엘은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는 등 중동에서의 이스라엘 입지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습니다. 그리 되면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는 또 다시 실각 위기에 몰릴 겁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네타냐후의 입법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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