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가 작년 9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반년여 만이다.
여야는 이날 공청회에서도 재정준칙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난 점을 들어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준영 의원은 "코로나와 공급망 위기 등으로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6조원이나 늘었다"며 "다른 나라도 똑같이 늘었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으나, 주요국에 비해서는 빠르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추진된 재정준칙 입법 추진 사례들을 열거하며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여야 모두 법안을 냈다"며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는데, 국회가 허송하는 사이 한국만 갈라파고스섬이 되고 있어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할 당위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복지지출 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건전성을 지속해서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분들은 재정을 더 풀어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 시기에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았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추가경정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했다"며 "재정운용의 결정력이 이미 기재부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고 재정준칙 도입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에서 추천한 김 교수는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치고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별로 없다. 이는 굉장한 문제"라며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재정준칙과 함께 중기재정계획, 독립적 재정기구 등을 같이 (운용)한다"고 지적했다. 옥 교수도 "고령화에 따라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최근 재정 적자가 만성화되고 있어 바로 이 시기에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야당이 추천한 나 교수는 "우리는 국가채무 기회비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재정정책이 변화된 (통상 등)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지만,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이라며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추면 기업이나 가계부채가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여야 입장차가 커 재정준칙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이내로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가재정의 '고삐' 역할을 할 재정준칙 도입이 미뤄질수록 재정건전성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작년 GDP 대비 50.4% 수준인 113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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