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이후 원화 가치 6.8% 하락…'강달러' 기로
안전자산 선호 확산…금값 '꿈틀'
전문가 "일시적 강달러…연준 양적긴축 제동 전망"
안전자산 선호 확산…금값 '꿈틀'
전문가 "일시적 강달러…연준 양적긴축 제동 전망"
1월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6.8%나 하락한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가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가라앉힐지 주목된다.
최근 132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미국 긴축 강화 가능성에 연일 오름세다. 여기에 SVB사태로 미국 내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달러 가치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으로 양적긴축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환율 안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기준 4거래일째 상승해 전날 종가 대비 2.0원 오른 1324.2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9일 종가보다 3.3원 오른 1325.5원에 출발한 뒤 장중 1329.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월 1231.9원에서 지난 8일 1321.4원으로 6.8% 상승했다. 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에 힘입어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1일(102.1)부터 지난 8일(105.7)까지 3.5% 뛴 영향이다.
우리나라 통화가치 변화율(-6.8%)은 주요국 중 러시아 루블화(-7.7%) 다음으로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5.3% 하락했고, 위안화도 2.9% 떨어진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원화 가치 절하가 달러 절상보다 큰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더 나타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SVB 사태로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안전자산 선호 행태가 확산하고 미국 연준이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명분이 약해지면 달러 오름세도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이번 사태에 놀란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 암호화폐 등과 같은 위험 자산을 매도하고 채권, 금과 같은 안전 자산 매수에 나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2.60달러) 오른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SVB 은행 파산 직후에는 약 60%에 달하는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 3월 25bp 인상을 예상했다. 다만, 주말 동안 연준의 50bp 인상 전망은 다시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이에 국내 금융권에선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추가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SVB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연준의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있어 중소형 상업은행의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면에서 봤을 땐 순간적인 달러 수요가 너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연준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방관하진 않을 거다. 더는 양적긴축을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스스로 긴축 기조를 재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유입될 수 있다"며 "그러면 시장은 다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종국에는 달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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