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過庭之訓 <과정지훈>](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1002102369061002[1].jpg "[古典여담] 過庭之訓 <과정지훈>")
지날 과, 뜰 정, 갈 지, 가르칠 훈. '뜰을 지날 때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유교 경전인 논어(論語)의 '계씨(季氏)편'에서 유래한 말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중 진항(陳亢)은 궁금증이 많기로 유명했다. 어느 날 진항이 공자의 아들인 백어(伯魚)에게 "그대는 공자님께 무슨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백어는 "따로 배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일전에 제가 뜰을 지나가는데, 아버님이 '시를 배웠느냐'고 물어보셔서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아버님은 '시를 배우지 않으면 아무 주장도 못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물러나 시를 배웠습니다"라고 답했다.
백어의 말은 이어진다. "또 다른 날 제가 다시 뜰을 지나가는데 '예를 배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닙니다'라고 하자 '예를 배우지 않으면 입신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셔서 저는 물러나 예를 배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진항은 "하나를 물어 셋을 얻었다. 시와 예에 관한 것을 들었고, 또 군자는 자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들어 알았다"라며 기뻐했다. 공자는 아들이 뜰을 지나칠 때마다 아들의 올바른 성장을 바라며 몇마디 가르쳤다. 자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많은 교육을 시키거나 편애(偏愛)하지 않았다.
정순신 변호사 사태가 일파만파다. 정 변호사는 학폭 사건을 질질 끌어 아들의 대학입시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더 큰 고통에 시달렸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국민들은 공분했고 야당은 '정순신 아들 방지법'까지 만들 태세다. 아들의 학폭도 문제지만 아빠의 대응이 더 충격적이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부모는 과연 좋은 부모일까? 공자에게 묻고 싶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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