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보상 '전례없는' 일괄 지원
높아진 기준에 재난수준 경각심
플랫폼 업계 인프라·SW투자 등
정부 연계 안전망 재정립 구상도
높아진 기준에 재난수준 경각심
플랫폼 업계 인프라·SW투자 등
정부 연계 안전망 재정립 구상도
카카오가 29일 내놓은 대규모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방안은 전례 없는 일괄 지원 결정이다. 여기에는 국내 대규모 플랫폼 기업으로서 이번 사태를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공정과 상생의 의미, 균형점을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들의 생활과 비즈니스 활동에 불편을 끼친 만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일괄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인터넷·플랫폼 업계는 10월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DR(재해복구) 능력에 취약점이 드러나며 논란에 중심에 섰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는 'IT 강국' 타이틀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초연결 사회'를 마비시켰다. 카카오의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는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가져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재난 대응 기준점을 높였다.
여야 정치권은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 3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 입법을 추진했다. 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플랫폼사의 재난 대응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더해 정부는 '디지털서비스안전법(가칭)'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재난위기관리 대응체계를 상시화하고 디지털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해 안전망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화재·서비스 장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SK C&C와 카카오, 네이버에 개선 조치와 향후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 방침과 맞물려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느낀 인터넷·플랫폼사들도 내년부터 인프라, 인력, SW(소프트웨어) 등 전반에서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투자를 늘린다.
카카오는 지난 7일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데브 2022'에서 제2의 서비스 장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서비스 안정화 투자를 기존의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데이터센터와 재난복구시스템을 이중·삼중화하는 한편 기존 개발조직과 분리된 별도의 IT 엔지니어링 전담조직을 꾸려 CEO(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BCP(업무연속성계획) 역시 강화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은 "카카오의 부족한 이중화는 이중화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결국 장애를 막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서비스의 안정화가 카카오의 최우선 과제이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내년 '각 춘천'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완공한다. 지난 10년 간 꾸준히 시스템 안정화에 투자해온 결과 네이버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피해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았다. 네이버는 7단계 서비스·인프라 이중화 체계와 시스템 복구, 서비스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별도의 BCP 조직을 두고 있으며 최소 연 2회 이상의 모의 훈련도 실시 중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두고 관계사 간 책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내부 발화'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렸다. 국과수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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