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의무제' 일몰돼 정책 공백
알뜰폰업계 "사업 지속위해 필요"
이통사 "특혜 달라는 것" 지적
입법 고민한 정부는 조율에 난항
알뜰폰업계 "사업 지속위해 필요"
이통사 "특혜 달라는 것" 지적
입법 고민한 정부는 조율에 난항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MVNO 도매의무 제공제도가 일몰돼 23일부터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망 도매제공 의무가 사라졌다. 이 상황에서 알뜰폰 업계는 망 도매제공 의무를 제도화하고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3년마다 일몰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고, 투자비 회수가 오래 걸리는 설비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는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가 산정은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의 소매 요금에서 광고선전비, 판매비 등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중 SK텔레콤이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됐다. 이 제도는 지난 2010년 9월 최초 시행된 이후 3년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2016년, 2019년 총 세 차례 연장됐다. 업계에서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한 차례 더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욱(사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상근부회장은 "알뜰폰의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동통신사가 내놓은 상품과 거의 같고 요금만 낮춰주는 수준"이라며 "다양한 요금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가입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구축 비용이 500억~600억원에 달해 일몰제로 운영되는 구조 안에서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몰제 대신 정식 법제화를 해서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업 연속성을 확보해 주고, 도매대가 산정 방식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알뜰폰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하고 산정하는 것이 이통사의 영업이익을 보전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협회 측은 "산정 방식을 개선해 알뜰폰 업체의 수익성을 높이고, 일몰규정을 폐지해 설비 투자가 가능한 장기적인 사업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SK텔레콤뿐 아니라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에도 도매제공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망 도매대가 의무제공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의 도매대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 사전규제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알뜰폰 업체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안전한 영업을 하고자 특혜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20~30% 인하해왔다"며 "망 도매의무 제공제도가 일몰된다고 해도 이미 자유 경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알뜰폰 회사들의 생존이 위협받거나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계의 입장에 가깝다. 아직 알뜰폰이 시장에 안착됐다고 보기 힘들고, 이동통신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초기 제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망 도매제공의무를 일몰시키지 않고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몰규정을 폐지하거나, 아니면 이번에도 또 다시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에는 도매대가 의무제공 기한 일몰규정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알뜰폰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명시적 목표와 기준을 정립해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1월께 매년 발표하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열고 망 도매대가 의무제공 제도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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