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http://contents.dt.co.kr/images/202208/2022083002102269061001[1].jpg "[김태기 칼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
이러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노조가 불법 점거를 해도 기업이 손해배상소송을 못하도록 이른바 '노란봉투법' 제정에 나섰다. '노란봉투'는 쌍용차 파업 당시 금속노조를 지원하는 성금 봉투에서 유래한다.
노란봉투법 제정 움직임은 반 개혁의 신호탄이다. 불법 파업으로 재산권이 침해당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파업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업이 많다. 파업의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은 도로 점거로 교통이 마비되고 소음으로 휴식과 업무를 방해받았다. 피부로 느끼는 이러한 문제는 파업의 사회적 비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는 물론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도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임금이 무리하게 오르고 생산성은 떨어지자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고 또 지역 사회는 활기를 잃었다.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의 국내 복귀는 물론 외국 자본의 한국 투자도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는 노사의 힘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 노조 설립과 활동은 부당노동행위제도로, 또한 단체교섭과 파업은 대체근로 금지로 보호하고 반면,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게다가 기업은 노조 사무실과 노조 간부의 급여를 제공한다. 하지만 미국은 부당노동행위제도를 노조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노조에 우호적인 독일은 파업의 요건이 엄격하고 대체근로도 허용한다.
어떤 나라든 노조 사무실은 기업 외부에 있고 노조 간부의 급여는 조합원들이 부담한다. 이런 마당에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면 불균형은 훨씬 더 커지고 파업이 많아지고 길어진다. 파업으로 노사 모두 손해를 보기 때문에 피하는데 이런 원리를 깨뜨리는 것이다.
개혁이냐 반 개혁이냐? 국민의 절대 다수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노동시장에 공정과 상식이 사라지고, 원청과 하청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확대를 실감한다. 이런 사실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를 리 없기 때문에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을 제정할 지 의문이다. 하지만 강성 노동계와 손잡아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면 강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진영 논리에 찌들어 있고, 특히 노동개혁에 대한 입장이 그렇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전체 국민보다 노동계의 지지를 받는데 골몰하고 있다. 노동계는 조합원들로 조직화되어 있는데다 자신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에 대해 후원금을 지원한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국부와 국민소득의 증대에 있다. 산업혁명 당시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의 구상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도 이러한 주장을 했는데, 국부론의 핵심은 노동력을 늘리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국부가 증대하고 국민이 잘 산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보다 정성을 더 기울인 저서는 '도덕감정론'이다. 이에 따르면 돈을 벌려는 사람의 이기심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사람은 타인의 행복과 불행에 관심을 가지는 도덕심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정의이고, 정의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사람의 이기적 행위를 제한하고, 정의의 덕을 세워가는 것이 법치주의이며, 정부의 역할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초당적·초정파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원론적인 입장일 수 있지만 진보 세력에 기운 정치사회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모른다. 정권교체로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국회는 압도적인 여소야대이고, 사법부도 진보 세력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동력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개혁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을 설득하고 개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모두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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