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고난도 경제상황 `빅 점프`로 뚫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5/2022050202102269061001[1].jpg "[김태기 칼럼] 고난도 경제상황 `빅 점프`로 뚫어야")
미국은 규제완화로 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어 혁신을 촉진했고, 디지털 전환과 자국의 석유자원 개발을 추진했다. 그렇지 못했던 유럽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렸고 남미는 더 심각해 외채와 불평등까지 악화되었다. 한국은 미국과 비슷한 길을 택해 경쟁력이 커지고 중산층도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학계의 주목도 받았다. 소득수준이 비슷했던 남미의 선두 주자 브라질을 제쳤고, 대만 등 '아시아의 4용'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석유위기 이상의 변화를 불러왔다. 1990년대 이후 대세였던 세계화 물결은 사라지고 경제안보가 대세로 바뀌었다. 원자재 등 글로벌 공급 질서가 흔들려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안보와 경쟁력이 더 강조된다.
이번에도 변화의 충격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은 회복이 용이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의 강화로, 유럽과 남미는 경직적인 제도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유럽처럼 변화에 취약해졌다. IMF는 한국의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3.1%에서 4%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 5년 사이에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경제 체력이 떨어졌고 정부와 가계의 부채는 급등했기에 전망치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각자 도생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아 모두 손해보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당면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그렇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은 가격을, 노조는 임금을 올리려 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과 소비가 둔화되고 고용이 감소한다.
노사관계가 나쁘면 물가와 임금이 연쇄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오래 지속된다.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불평등을 키운다. 또 노조가 전투적이면 물가상승을 상쇄하도록 임금을 올리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근로자는 실질임금이 하락한다. 자원이 풍부한 남미 경제가 저성장·고물가·고실업·불평등의 늪에 빠진 문제도 여기에 기인한다.
새 정부가 당면한 1차 과제는 물가불안 해결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원인이 생산비용의 증가에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생산비용의 증가에 기인한 물가불안은 경제시스템을 전환해야 해결할 수 있다. 금리만 무리하게 인상하면 경기침체를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물가안정을 위한 시스템의 전환은 경제안보의 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단기적으로 원자재의 공급난을 해결하도록 외국과의 협력, 그리고 국내 생산의 촉진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 생산비용의 증가를 흡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만들고,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며, 노조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 전환의 성공 여부는 기술혁신·제도혁신·의식혁신에 달려있다.
경제혁신은 물가불안과 경기악화를 동시에 해결할 빅 점프(Big Jump)의 길이다. 새 정부는 미국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경제시스템 전환은 몰론 1980년대 한국과 미국의 빅 점프 성공 경험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경제자유화를 통해 석유위기에 따른 고물가·저성장을 저물가·고성장으로 빅 점프했다. 미국은 공급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며 국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 축소와 규제 완화로 빅 점프에 성공했다.
새 정부는 경제시스템 전환이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리더십에 좌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시스템의 전환은 고통이 따르기에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가능하다. 어떤 나라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인기영합주의가 아니라 변화의 물결을 꿰뚫는 원칙의 준수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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