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문제 불법없다 강변불구
법적 책임 넘어 도덕성 거론
"40년 지기는 잘못 알려진 것"
김종인도 '자진사퇴' 힘실어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이 일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과 국민의힘의 선긋기에도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어떤 불법·부당행위도 없었고 필요시엔 자신도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이 같은 태도는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혜 논란'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 후보자가 개인이 아닌 공인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후보자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현재까지 단 하나의 의혹도 불법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이어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 단 한 건도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경북대에서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고 교육부가 종합적인 감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교육부 감사를 적극 환영하며, 한시라도 빨리 조사가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필요하다면 저도 직접 조사를 받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이어 윤 당선인 측도 정 후보자와 선긋기에 나섰다. 자칫 '조국 사태'와 같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여, 정부 출범 전부터 국정동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당선인이 어제 '부정한 팩트'라고 얘기하셨던 것이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 문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안이 있는 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고 알려진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률의 잣대를 가지고서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것이 소위 '공정과 상식'이라면, 과연 이 사람이 상식에 맞는 짓을 했는지를 전제로 해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사실상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으로서 결백을 주장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정 후보자가 공인이고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자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컨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터졌을 때 거듭 결백을 강조했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백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생각하는 정서적 눈높이가 있다"고 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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