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이 13일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이라고 주장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정 후보자가 드러낸 여성에 대한 저급한 인식이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면서 "정 후보자는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져야할 장관으로서 능력과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권의식마저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과거 경북대병원에서 외과교수로 재직당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구직자들을 폄하하거나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암 치료 특효약이 결혼이라고 주장하는 등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정 후보자는 과거 경북대병원 재직 당시 신문 칼럼을 통해 병원 직원 채용과정에서 면접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주장을 펼쳤다"면서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심하고 여자의 경우는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른데 아마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샵(포토샵)을 한 모양'이라고 했고, '직접 면접을 보는 직원채용에 왜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스스로 미화시킨 사진을 쓰는지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해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폄하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또 "정 후보자가 쓴 '애국의 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인식을 드러냈고,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거나 결혼과 출산을 '애국'이라 주장하고 '20대 여성 10명 중 겨우 1명이 결혼을 했다'고 강조했다"면서 "결혼하지 못하고, 아이 갖지 못한 국민들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복지를 강화해 아이 낳고 싶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지, 애국심 없다는 비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가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진의 재취업을 막은 법률을 놓고 쓴 칼럼에 대해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글에서)'한국형 청진기 공구(공동구매) 들어간다.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여자환자)분은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면 된다'는 내용"이라며 "철저하게 의료인의 편에 서서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성범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인의 성범죄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도, 의사라는 직업에 더욱 철저하게 요구되는 책임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어느 정부부처보다 더 확고한 인권의식이 요구되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하루 빨리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정 후보자를 안고 간다면 균형인사라는 대원칙을 저버리고 택한 능력주의와 전문성이라는 인사기준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한 저출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자신의 기고글이 논란이 되자 전날인 1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글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10년 전 외과의사로서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이고, 그 당시 의료 문제의 핫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하는 그런 성격의 글이었다"고 해명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