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兵貴神速 <병귀신속>](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0802102369061002[1].jpg "[古典여담] 兵貴神速 <병귀신속>")
군사 병, 귀할 귀, 귀신 신, 빠를 속. 용병에 있어 신속한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병지정주속'(兵之情主速, 병은 신속함이 으뜸이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병귀신속'의 사례는 전쟁사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빠르고 과감하게 상대를 쳐야만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틈도 주지 않고 속전속결로 펼치는 군사작전은 효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의 곽가전(郭嘉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후한(後漢) 말기 원소(袁紹)는 조조(曹操)와의 관도대전(官渡大戰)에서 참패한 후 복수를 노렸지만 결국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후 원소의 세 아들간 권력투쟁이 일어났다. 이들의 불화를 틈타 조조가 공격을 감행하자 형제들은 북방의 흉노에게로 도망갔다. 이들이 흉노를 앞세워 변방을 침입하자 조조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 기마병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조조가 곽가에게 계책을 물었다. 곽가는 "전쟁에선 귀신처럼 신속히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兵貴神速)"라고 조언했다. 조조는 결단을 내려 기습작전으로 흉노를 공격해 화근을 짤라버렸다.
현대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공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독일군은 전격전으로 프랑스를 항복시켰고 일본군은 진주만을 기습해 초기 승세를 잡았다.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전광석화 작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치 매가 토끼를 사낭할때처럼 순식간에 해치워야 아군의 손실은 적어지고 적군의 손실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병귀신속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대한 깊은 분석과 철저한 계산이 사전에 이뤄져야 승리를 맛볼 수 있다. 무턱대고 서두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단기간에 끝내려고 전격전을 펼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어나는 전사자와 국제사회의 냉혹한 제재뿐이다. 이는 전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성급하게 행동하면 화를 부르게 되어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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