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고용부, 관련 제보 입수
제보자, 세척제 제조업체들 유독물질 표기 누락·축소 주장
경남 지역 부품 제조업체 근로자들이 독성 물질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해 집단 급성중독된 가운데, 세척제 제조 업체들이 세척제에 함유된 유독물질의 함량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허위로 표기하거나, 누락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고용부는 지난 2월 한 제보자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등 직업성 중대재해사고 발생 사업장에 세척제 성분을 허위 표기해 납품한 유성케미칼 외 다른 세척제 제조업체들도 자사가 제조한 세척제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함량을 축소하거나 누락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표기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업체들이 함량을 속이거나 누락한 물질은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디클로로메탄(MC), 디클로로프로판(1.2-DCP), 1-보로모프로판(NPBr) 등 독성물질이었다.
제보 자료의 8개 업체는 트리클로로메탄이나 디클로로메탄 등 성분의 세척제를 제작하면서 이를 표기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이 없다고 작성했다. 또 친환경 세척제로 제품을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제보자는 3가지 제품에서 표기와 달리 유독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의 기기 분석 자료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MSDS를 허위로 표시하면 세척제를 사용하는 작업자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물질정보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MSDS 허위 기재가 "제보자 말대로 세척제 업계의 관행이며, 사용자 역시 비용 등 문제로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화학물질 정보를 표기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언제 어디서 근로자들의 집단 급성 직업병 발병이 발생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직업성 질병을 일으킬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한 물질은 국소환기장치 등을 이용해 사업장 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포집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대흥알앤티 등 사례처럼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과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시료 채취 등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이들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호기자 lmh@dt.co.kr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이 지난달 18일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 중독자 16명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두성산업에 세척제를 공급한 김해시 진영읍 한 화학물질 제조업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