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경제위기`를 인수받은 尹당선인의 과제](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102102269061001[1].jpg "[김태기 칼럼] `경제위기`를 인수받은 尹당선인의 과제")
나라가 정상화되는데 반드시 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추진할 여건은 만만치 않다. 당선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국내외 정세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급한 불부터 끈다고 시간을 쓰다 보면 개혁의 동력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조짐으로 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대량실업을 수반하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외환위기 때보다 클 수 있다.
취임하기 이전까지 국정의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혹시라도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문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의 구상에 몰입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비켜날 수가 없다. 국민은 문 대통령보다 윤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더 관심을 쏟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은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 당선인은 위기관리의 거브넌스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문 정부의 역할을 세심하게 분담할 필요가 있다. 향후 5년의 국정 방향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성공도 당선일부터 취임일까지 67일 사이에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대부분 이때 형성되기에 더욱 그렇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취임 후 얼마 있지 않아 6월 1일에 지방선거가 있기에 대선의 앙금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을 지지했던 사람은 과감한 개혁을 기대하지만, 반대했던 사람은 개혁을 무산시키고 싶은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윤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통합정부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민통합정부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윤 당선인이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국민통합정부가 '자리 나누어 먹기'로 전락한다면 역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경제와 국정의 전환을 목표로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 당선인의 개혁과 통합을 위한 행보는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난제이자 국민의 기대가 가장 큰 일자리 문제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일자리 공약을 기존의 정책을 전면 바꾸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임금 수준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일자리이기에 3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일자리 정책은 정책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즉 정부의 입맛에 맞추어졌고, 대기업 편에 선다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해 대기업 일자리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차원에서 규제를 개혁한다고 약속했는데 대기업에 대한 규제라도 확실히 줄이면 대기업의 고용 비중을 30%로 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대기업 고용 비중은 40~50% 정도다.
개혁이 멈추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쇠퇴했던 이유로 개혁의 실종을 들고 있다.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이 노동시장의 활력을 앗아갔고, 기업이 해외로 떠나도록 만들었지만 방치되었다. 북유럽 국가 등은 1980년대 이후 이런 문제를 개혁함으로써 부활에 성공했다. 일본이 30년 가까이 장기침체에 빠진 이유도 개혁의 실패에 있고 그 원인으로 정관유착과 세습정치가 손꼽힌다.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자주 받는 이유 중의 하나도 개혁의 부진에 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대다수의 동유럽 국가들은 전면적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해 국력을 키웠는데, 우크라이나는 전면적 개혁이냐 단계적 개혁이냐 싸우면서 개혁은 지체되었고, 법의 지배와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지 못함으로써 자원 부국의 이점도 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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