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이혼, 눈물의 한숨인가 아니면 자유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7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이혼, 눈물의 한숨인가 아니면 자유인가")
배우자의 외도·폭력·재산문제로 소송 급증
부모 강압에 따른 혼인 등 사회문제 되기도
이혼(離婚)이란 사전적으로 배우자가 사망하기 전에 결혼이 끝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세상을 사는 한 이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혼을 선택히는 이유는 다양하다. 100년 전에도 비슷했다. 근대 이혼에 대한 기사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21년 7월 13일자 매일신보의 '격증되는 이혼소송'이란 제목의 기사다. "요사이 이혼 문제가 자주 생겨 이전보다 월등히 이혼소송이 부쩍 늘어 가는데, 그에 대하여 경성지방법원장의 말을 들은 즉 '근래 조선은 세계의 대세를 따라 새로운 문명이 들어오고, 그 전에 있던 습관과 풍속은 차차 물러가게 되어 (중략) 법률의 상식이 발전되는 동시에 인륜과 도덕의 위반되는 소송이 증가되는 일이라 재산상 분쟁에 대한 소송이 증가되는 것과 부부간 이혼의 소송이 많은 것인데, 그 원인은 조선 사람이 조혼(早婚)하는 것과 부모가 압제(壓制)로 결혼시키는 것, 남자가 첩을 두는 것이며, 여자가 남자보다 연령이 많은 것과 또는 여자의 지식이 현저히 발전되지 못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이혼소송을 많게 하는 원인이라 하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이혼은 급증했다. 1922년 3월 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결혼 6쌍에 이혼 1쌍인 경성부'란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경성부 내에서 작년 1년 중에 결혼한 수와 이혼한 수를 보면 결혼 6쌍에 이혼 1쌍의 비례라 한다." 이혼이 유행처럼 늘어났던 모양이다.
그럼 그 다양한 이혼 사유를 한번 찾아보자. 가장 많은 것이 남편 쪽 문제다. 1921년 12월 28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경성부 이성녀(李姓女, 34)는 9년 전에 홍순원과 혼인하여 살아오던 중 홍순원은 성질이 원래 부랑하여 가산을 여지없이 낭패하고 작년 정월에 절도죄로 4개월의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 그해 여름에 또 절도죄로 8개월의 징역을 하고 금년 7월에 또 절도죄로 1년 징역을 복역 중인 즉, 그런 자와는 평생을 살 수 없으니 이혼하게 해 달라는 것이요, (중략) 경성부 이순흥(李淳興)이란 여자는 10년 전부터 이모(李某)의 첩이 되었는데 그가 부랑한 소치로 가산을 낭패하고 한 칸 누옥(陋屋)조차 없어서 도로에 방황하게 되었으며 전실(前室; 전처) 자식들까지 먹여 살리라 하니 그런 사람의 첩으로 살 수 없다면서 민적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1922년 1월 25일자 동아일보에도 비슷한 맥의 기사가 실려있다. "경성부 최창현(崔昌鉉)은 현재 고양군 용강면 아현리에 사는 자기 처 정씨(鄭氏)를 걸어서 경성지방법원 민사부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유는 몇 해 전부터 혼인하여 살았으나 정씨는 항상 부모에게 불순하니 이혼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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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한테 맞아 이혼소송이 제기된 경우도 있었다. 1922년 2월 26일자 동아일보에 '여자가 남자를 때린다고 남자가 이혼을 청구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근래에 분분하게 일어나는 이혼소송은 모두 여자가 남자를 걸어서 소송을 제기하는데, 이와 반대로 남자가 여자를 걸어서 이혼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다. 경기도 개성군 송도면 이희영(李熙永)은 자기 처 최거복(崔巨福)을 걸어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유는 10여년 전부터 최거복과 혼인하여 살아오는 중 최거복은 원래 성행이 불량하여 욕설이 자심(藉甚)하고 수차 자기를 구타하여 다대한 타박상을 당하고 또 결혼한 지 얼마 후에 자기가 해가지고 온 의복을 전부 가지고 친정으로 간 후 집안을 돌아보지 아니하니 이혼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참 우스운 이혼소송이라 하겠더라."
성욕(性慾) 문제로 제기된 이혼소송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1921년 4월 29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경성부 누하동 양완묵(梁完默)이라고 하는 당년 18세 된 매우 꽃다운 미인은, 18세라고 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꽃에 향기를 토하는 듯 한 때가 되어, 현재 그 남편과는 청춘의 욕망을 달성할 수가 없다. 이는 실로 인생 일대의 비참한 일이며, 또는 가장 통한(痛恨)한 일인 바, '재판장께서는 아무쪼록 그 정경을 살피어 재판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경성지방법원에서 '원고를 동정할 점이 있으나 한 사람의 고통을 구하기 위하여 사회 생활상 질서를 어지러이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 측의 패소가 되었으나, 이 소송에 대해 변호사 김찬영(金瓚泳)씨는 이 문제는 사회적 큰 문제이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보수도 없이 김정목 변호사와 함께 열심히 양완묵의 변호에 노력한다고 하더라."
같은 해 11월 17일자 매일신보에 비슷한 기사가 또 나온다. "평안남도 대동군 박(朴)씨라는 당년 25~26세 가량의 꽃 같은 여자가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자기의 남편 이승문(李承文)이라는 사람과 10년 가까이를 동거하여 왔으나, 자기 남편은 양기가 매우 부족하여 자기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가 없으며 더구나 아직껏 한 번도 내외의 정을 이루지 못하여, 이렇게 세월을 보낼 수 없는 사정인 고로, 하루바삐 이혼한 후 자기의 성욕을 능히 만족할 만한 남자와 짝을 지어 살겠다 한다."
이혼소송에 패하자 부인을 살해하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 "황해도 옹진군 윤상요(尹相堯)는 본래 성질이 완악(頑惡; 억세게 고집스럽고 모질다)한 중에 술을 좋아하여, 가도(家道; 집안 형편)를 생각지 아니하고 공연히 그 아내 되는 오연옥(吳連玉, 21)을 학대하여 구타하므로, 오씨는 그 남편하고는 도저히 백년을 동거할 수 없는 고로, 서로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금년 4월 중에 해주지방법원에 이혼소송을 제출하여, 4월 14일에 재판한 결과 원고 오연옥편에서 승소하였는데, 남편된 피고 윤상요는 '내가 그 여자와 이혼하느니 차라리 죽여서 원한이나 없이 하리라' 결심하고 그 자리에서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칼을 꺼내어 오연옥에게 달려들어 찔러 죽이려 하였다." (1921년 8월 13일자 매일신보)
예나 지금이나 남녀가 살면서 죽을 때까지 해로(偕老)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듯 싶다. 이혼의 이(離)자는 '작은 새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처음 내미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한다. 즉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날아갈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보면 이혼은 헤어진다는 뜻 외에도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물론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함께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함께 살아가기가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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