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일제강점기, 기생에도 `세금폭탄` 때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3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일제강점기, 기생에도 `세금폭탄` 때렸다")
기생이 받는 사례금에 '조흥세'라는 세금 붙여
음식점서 5원이상 쓴 손님에 연석소비세 징수
최근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고 해서 세상이 시끄럽다. 그 폭탄에 누가 죽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는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누구나 싫어하는 '원성(怨聲)의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오죽하면 가렴주구(苛斂誅求)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다 있겠는가. 100년 전에는 어떠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세금 이야기를 해보자.
1921년 12월 14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경성부 나가오(長尾) 재무과장은 말하되, 시장세, 지세, 영업세는 그 납세 성적이 양호하나 학교조합비든지 토목, 위생에 관한 부분은 성적이 좋지 못한데, 이는 체납 상습자가 돈의 변리(邊利; 이자)를 생각하여 세금을 체납하더라도 가차압하기까지 버텨 가면 별로 손해가 없는 그러한 생각에서 생긴 일로, 이러한 체납 상습자에게 흑표(黑表)를 만들어 경고와 재촉을 엄중히 하며 체납 상습의 못된 버릇을 고치고자 한다. 체납자는 어쨌든지 반성해 달라고 말하더라."
1922년 1월 18일자 매일신보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다. "경성부에서는 금년에 예산은 부쩍 늘고 돈 나올 구멍은 없으므로 부윤(府尹) 이하 당국자들은 어찌 하면 돈을 더 모을 수가 있을까 하고 세금을 새로 마련하느니 어쩌느니 하여 머리를 꽤 앓는 모양이더니, 독촉장이 나간 후에도 조금만 지체를 하면 '과태금'이라 하는 것을 새로 만들었다는데, 그러나 정말 돈이 없어서 솥을 빼앗기는 백성이 열에 아홉은 되는 것이다."
세금 독촉 외에도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 내는 일도 다반사였다. 1921년 7월 15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연석소비세(宴席消費稅)도 징수'라는 제목의 기사다. "어느 음식점에서든지 5원 이상 쓰는 손님에게는 연석소비세를 징수하겠다고 하였으나, 부산진의 일본인 음식점 산부귀옥(山富貴屋)에서는 오늘까지 5원 이상의 손님이 꼭 한 사람밖에 안된바, 10전의 징세 성적을 얻었다는 희극이 있었다. 초량의 조선인 음식점 주인 추재성(秋再成)이란 사람은 5원 이상을 소비하는 손님이 한명도 없다고 신고하여서, 부산부 당국에서는 장부를 임검(臨檢)하여서 벌칙의 적용을 점차로 행하겠다 하니 불온한 기세가 나타나서 아주 험악해지는 터이라더라."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일제강점기, 기생에도 `세금폭탄` 때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3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일제강점기, 기생에도 `세금폭탄` 때렸다")
또한 기생이 받는 사례금에 부과하던 '조흥세'(助興稅)라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기생이 요정에 나가 자신들이 보낸 시간만큼 계산해서 '화채'(花債)라고 하는 일종의 봉사료를 사례금으로 받으면 그 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1920년 6월 공고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935년 5월 28일자 동아일보에 관련 기사가 있다. "대구부 재무과에서는 하서정(下西町)에 있는 금호관(琴湖館)이란 요리집의 체납된 조흥세 700여원을 징수하기 위하여 요리점에 외상을 지고 있는 약 20여명의 손님들에게 채권 차압을 단행하였다고 한다."
이 조흥세로 인해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일례로 경성부는 조흥세 도입 전에 미리 기생들의 화채를 인상했는데, 이는 조흥세를 더 걷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화채 인상으로 손님은 줄고 조흥세라는 세금까지 내게 됐으니 기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다시 화채를 인하하라며 경성부에 진정서를 냈다. 또한 파업도 벌였다. 요정 출근을 거부하는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조흥세 말고도 1931년 신설된, 골패·화투·마작 따위에 매기는 골패세(骨牌稅)라는 것도 있었다. 일본에선 독신자와 아들이 없는 자들에게 세(稅)를 받으라는 청원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벌금을 받으며, 3명 이상의 자식이 있는 자에게는 소득세를 면제하는 등 '무자식 세금', '독신세', '이혼 벌금' 같은 것을 받자는 것이 의회에 청원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가혹한 세금에 허덕이던 시절에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세금을 대신 납부해준 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1921년 5월 12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경남 김해군 장유면 관동리 이홍현씨는, 누세(累世; 여러 대에 걸쳐) 자선가로써 장유면 내 극빈자와 토지가 있는 동네의 극빈자에게 매년 조(租; 세금) 수십석을 진항(賑恒; 구율함)하였고, 또 금년 3월에 그 아들 승수(承秀)씨와 공동소유에 있는 토지 전부 500두락 중, 340두락을 친척 또는 토지를 관리하던 기타 50여명에게 무료 허여(許與; 권한을 허락하여 줌)하였으므로써, 장유면 근처 유지들은 이홍현씨 부자(父子)를 위하여 기념비를 건설하는 중이라더라."
1929년 6월 9일자 조선일보에도 미담 기사가 실려있다. "강원도 횡성 읍내 가담리 박관군(朴管君)씨는 자기 동네에서 생활이 가장 극빈한 24명의 호세를 대납하고 만주율(滿洲栗)까지 1두씩 분급(分給)하였고, 횡성군 청일면 장태진(張台鎭)씨도 속(粟; 조) 7두를 부근 극빈자에게 공급하였고, 공근면 삼배리 원종우(元鍾禹)씨는 인근 동민 32호 빈민의 호세 합계 19원30전을 대납하였다는 바, 세 사람의 미거(美擧)에 일반의 칭송은 끊이지 않는다더라."
1940년 10월 9일자 동아일보에는 '회갑연을 폐지하고 600호(戶)의 세금 대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전남 장성군 진원면 선적리 김면규(金冕奎)씨는 자신의 회갑연을 폐지하고 진원면 이재민 630여호의 호세 1100여원을 대납하였다는데, 금년은 더욱 재년(災年; 흉년)인 만큼 김씨의 미거에 대한 칭송이 높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재물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 '人' 자는 서로를 의지하지 않으면 곧 쓰러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재물의 원천이 곧 남에게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라. 그렇게 생각하면 공정한 세금이야말로 함께 나누고 살면서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기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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