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2030 남성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FM코리아(에펨코리아·펨코)에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라는 글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펨코 측이 "국내사이트가 규제 단속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이트들과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커뮤니티 친목, 홍보규정 등을 어기며 글을 작성해 '사실상 경고조치'를 받은 이 후보가 규제 완화 호소 글에는 응답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펨코 등을 종합하면, 펨코 측은 이 후보가 작성한 게시물을 확인한 뒤 "이재명 대선후보가 가능하다면 이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드린다"며 5가지 질문을 했다. 펨코 측은 "커뮤니티를 운영함에 있어 대한민국 법은 까다로운 규정이 상당히 많다"며 "올해 에펨코리아는 '자율점검'이라는 정부의 애매한 요청으로 인해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답변서를 정부 여러 산하 기관에 보냈다. 이후 '자율점검'에 대한 답변으로 많은 요구 사항과 함께 요구 사항 불이행 시 수천만 원의 벌금이나 징역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사이트들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들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트위터는 국내 영장을 무시한다. 자발적인 자체 기준에 따라 검열을 하더라도 국내의 여러 다른 강제 검열이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고 했다. 해외 커뮤니티와 비교할 때 역차별을 받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펨코 측은 n번방 사건의 후속 대책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시행'법 시행과 관련해서도 "성인물이나 불법 글은 단속해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처음 시행되는 제도'가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조치는 아니겠느냐"며 "이 법으로 인해 결국 성인물이나 불법 글과 같은 것들은 음지화되고, 법을 지키는 사업자들만 시간과 비용을 쓰며 검열을 당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펨코 측은 플래시 게임을 링크하는 게시판을 강제로 폐쇄해야 했던 일화도 소개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 경고로 링크된 모든 게임이 등급 심사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력한 공문이 왔다. 현실적으로 본 사이트 운영진이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게시판 전체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역차별적 요소가 짙다는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오후 1시 34분에 펨코에 '펨붕이들(펨코 회원들이 서로를 낮춰서 이르는 말),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리면서 "여기에서는 제가 너무 비호감인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간혹 직접 글도 쓰고, 댓글에 댓댓도 달 테니 뭐든 남겨만 주시고 불러만 달라"며 "쓴소리 단소리 뭐든 좋다. 듣고 가슴 깊이 새기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가 곧바로 '규제 완화'라는 쓴소리를 던진 '펨붕이들'의 질의에 답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펨코 측은 이와 별개로 이 후보의 글 자체가 애당초 커뮤니티의 규정을 위반한 글이라고 해석했다. 펨코 운영진 측은 "이재명 대선 후보로 확인되는 게시글이 사이트 내에 등록돼 많은 이슈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본 사이트는 정치를 포함한 목적성 가입과 개인 사진을 이용한 친목, 셀프홍보가 규정상 금지돼 있으니 추후 유사한 글은 본 사이트에 게재하지 않으시길 꼭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펨코 측은 이 후보의 글은 피드백을 기다리며 예외적으로 열어두기로 했다. 펨코 측은 "화력 요청 등의 추가 규정 위반이 없고, 포텐에 등록되지 못하는 정치/시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댓글에 댓댓도 달 테니'라고 하였기 때문에 해당 글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이니 사용자들에게 피드백 및 약속을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인터넷 커뮤니티 '펨코'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후보 작성 게시글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