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전세대출 요건 강화
내년 정부 총량관리 정책 영향
"세입자의 대출 불확실성 해소"
내년 정부 총량관리 정책 영향
"세입자의 대출 불확실성 해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취급요건을 강화한다는 공문을 전국 영업점에 배포했다.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모기지 대출 등 하나은행이 취급하는 전 상품이 대상이다.
우선 임차목적물 매매가 전세계약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면 예비세입자는 매도자(현재 소유자)와 임대차계약만 취급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기존에는 일부 금융사에서 전세대출 관행 등으로 일부 세입자가 예비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해 분쟁이 발생했던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존 정책의 허점을 활용해 갭투자가 횡행했다는 데 있다. 예비 매수자가 예비 세입자의 자금을 주택 매수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세입자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또는 감액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취급할 때 조건이행을 위한 임대인의 위임장도 필수로 요구한다. 일부 계약에서 임대인의 구두로 계약이 진행되거나, 임대차계약서상 특약으로 전제됐던 것을 은행이 직접 위임장을 확보해 근저당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과거 근저당권 미말소에 따른 세입자 피해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임차인은 물론 은행의 리스크를 동시에 줄일 수 있게 됐다.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인 만큼 별도의 종료 시한은 없다. 전세대출에 스며든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은행권의 의지가 확고한 셈이다. 앞서 국내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에도 부분 분할상환 의무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은행권 전세대출은 전달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과 같은 올해 최저치다. 하지만 금융권은 전세대출은 정부의 대출총량 규제 적용에서 제외되면서 여전히 투기수요가 있다고 보고 규제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는 다른 대출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여겨져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취급한 경향이 있다"며 "최근 투기성 수요가 유입되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어 다른 규제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입자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매가 진행 중인 주택은 임차인의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임차목적물 매매 동시 진행이나 근저당권 말소 조건 계약은 시중은행들이 조건부 승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고객 편의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두현기자 au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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