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AI가 벼리는 금융산업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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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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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AI가 벼리는 금융산업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블록체인, 메타버스,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신기술들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산업을 형성하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과 서비스에 파고들면서 차별화와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그 중 우리가 사는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인지능력, 판단력, 추론력, 창작능력을 포함한 인간의 지적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하여 기계학습, 인공 신경망 네트워크 모델, 이를 활용한 딥러닝 모델 등 여러 기술 또는 방법론이 발전해 왔고, 특히 최근 컴퓨팅 파워의 발전 및 빅데이터의 축적을 통하여 알고리즘의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실용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 이세돌 대국 사건을 기점으로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과 파괴력이 사람들의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 왔다.

이러한 AI가 비금융분야에서 발전해나가는 양상은 주로 종래에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 등의 음성인식 AI 비서나 IBM 왓슨을 이용한 챗봇 서비스, 사진의 자동인식 분류기술, 알파고, 얼굴인식 기술등이 대표적이며 향후에도 수많은 새로운 서비스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올해 크게 문제되었던 이루다 사건이 불러온 논란, 즉 학습데이터의 불완전성 또는 편향성, 부실한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절차, 이로 인한 부적절한 결과값의 노출과 서비스 품질의 논란은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윤리적 규범적 통제의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해외 각국은 AI의 개발과 활용에 관한 윤리원칙, 지침이나 규제를발표하고 있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 대부분 자율규제나 원칙선언 형태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EU 집행위원회의 AI 규제(초안)에서는 AI의 위험 수준을 인간의 기본권 등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최고위험단계(Unacceptable Risk)의 경우에는 서비스 금지까지 가능하게 하는 규제의 틀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국은 이러한 AI 기술이 불러올 미래를 적절히 규제하기 위한 청사진을 조금씩 조심스럽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제 핀테크와 금융산업으로 돌아와보자. 금융산업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하는 측면과 동시에 매우 신중하여야 하는 측면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금융산업은 본질적으로 데이터산업이고 잠재적 고객에 대한 분석과 이용자 확보(User acquisition), 금융상품의 권유와 넛징(nudging), 심사와 금융조건의 결정, 실행과 사후 리스크관리, 추심과 부실채권의 관리에 이르기까지 금융상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데이터 분석이 개입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AI를 비롯한 자동화된 알고리즘의 개발과 적용은 사실 그 어떤 사업보다도 금융산업의 혁신에 필수적이다.

반면, 금융산업의 근본 가치인 공공성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AI의 개발과 적용이 아주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편향적인 데이터에 의해 특정 계층에게 일률적으로 불리한 대출조건이 적용되거나 담보가치의 부적절한 평가로 과도한 부실 대출이 발생하거나 설명 불가능한 알고리즘으로 대규모의 대출부실과 금리변경이 발생한다면,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AI 기술의 도입이 추진돼 왔지만, 테스트베드 형태로 조심스럽게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및 챗봇 서비스와 같은 일부 대고객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데이터 분석이나 오퍼레이션과 프로세스 효율화를 중심으로 도입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공공성만을 강조해 소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일은 아니다. AI기술을 활용한 금융산업의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적절한 방향성에 따라 오히려 공공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핀테크와 금융산업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금융정책의 관점에서도 이에 대해 원칙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섣부른 규제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초에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서 정한 4대 원칙은 이와 같은 미래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우선 금융산업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AI 윤리원칙, AI 조직 구성, 위험관리정책 수립의 3중 내부 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한다. 양질의 학습데이터의 확보 및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며, AI 활용 결과 불합리한 소비자 차별이 나타나지 않도록 서비스 특성별로 위험요인을 통제하고 서비스 공정성을 제고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가 AI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엄격히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AI에 대해 떠드는 자칭 전문가들은 많지만, 사실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AI가 핀테크와 금융서비스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고,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소비자보호와 같은 공익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본격적인 규제를 도입하기엔 아직 정책적인 관점의 논의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며,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제만능주의가 답이 아니듯 기술만능주의도 답은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은 원칙 중심의 느슨한 규제방식을 도입하면서도 실제 금융산업의 전반을 고려하여 설계된 원칙을 큰 그림에서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의 AI 혁신의 제도화의 첫 걸음으로서의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이러한 프레임워크 하에서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을 제대로 설계하고 재무적으로 장애가 되는 망분리와 같은 각종 규제를 개혁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AI 기술이 또다른 핀테크와 금융산업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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