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기고] 탄소중립에서 `탄소활용`으로 나아가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702102369660002[1].jpg "[기고] 탄소중립에서 `탄소활용`으로 나아가자")
이러한 지구온난화에는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대된 인간의 생산 활동에서 유래한 온실가스 농도 증가 및 토지이용 변화가 주요 영향인자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195개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목소리를 함께 하였으며, 협정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역시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지난해 말 UN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였으나, 더 엄격한 수준의 감축량 목표 산정을 권고 받았다.
지난주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발표한 3개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마지막 안을 제외하곤 탄소배출량 제로(net zero)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넷제로가 시나리오 중 하나로 고려돼 있으며, 탄소 배출이 2050년에도 여전히 발생하는 시나리오도 2018년 국가 배출량 대비 최소 96% 수준의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므로, 큰 틀에서는 공격적인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직은 초안임을 감안할 때 제안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예산확보 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비록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절대 저감 목표치 기준으로는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증대시키는 것이 향후 기술개발의 핵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넷제로 시나리오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가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을 통한 탄소 저감치를 각 최종 배출량 산정에 고려하였다는 점은 CCUS 기술개발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핵심임을 시사한다.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에너지원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를 전환해 다른 활용 처에 유용하게 적용하거나 저장하는 CCUS 기술은 상대적으로 상용화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활발히 연구개발 되어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중 대표적으로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고압으로 주입해 석유 회수를 증진 시키는 기술과 같이 상용화에 근접한 CCUS 기술도 있으나 온실가스를 연료, 소재화하는 등의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적극적 개념의 CCUS 기술에 대한 투자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초기 개발 단계의 CCUS 기술 중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기술은 광합성 미세조류를 활용한 온실가스 생물 전환 및 고부가 소재화 기술이다. 이미 미세조류는 절반 이상의 대기 중의 산소를 생산하는 광합성 생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식량작물 경작이 불가능한 토지나 고농도 이산화탄소 주입조건에서 높은 수준으로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카로테노이드 색소나 오메가 지방산과 같은 고부가 물질을 높은 수준으로 축적 가능하여, 생물학적 CCUS 기술개발의 주요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외에서는 발전소 배기가스를 직접 주입한 미세조류 생산 시스템을 실증하여 배가스 이산화탄소 생물 전환을 통한 고부가 바이오소재의 생산이 가능함을 확인하였고, 시스템의 규모 격상을 통해 산업체와 발전소와 같은 특정소(point source) 유래 온실가스의 대규모 고효율 전환과 고부가 소재 생산이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미세조류 생산 및 유래 생물 소재의 산업화는 그 규모 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고부가 유용 생물 소재 및 ESG 경영에 대한 관심사가 증대됨에 따른 산업계의 적극적인 액션 플랜과 중장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지속된다면 수년 내로 미세조류 세포공장 대규모 산업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미세조류에 대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 중 하나로,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고부가 유용물질 생산용 우수 산업 균주들을 개발하고 대량생산 공정을 확립하였으며, 최근에는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공공연구성과 활용촉진 R&D(중개연구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을 유치해 미세조류 유래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소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수행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실증에 그치지 않고, 이처럼 상용화를 중점으로 한 미세조류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관련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기존 수입에 의존하던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소재의 국산화 달성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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