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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차라리 국회 해산권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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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편집국장
[이규화 칼럼] 차라리 국회 해산권 되살리자
'제왕적 대통령'은 이제 화석어가 됐다. 현 권력지형을 보면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혀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제왕은커녕 재상의 그것이나마 행사할 수 있을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제에서 통치는 입법을 통해 이뤄진다.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했으니 윤 대통령은 통치 통로가 봉쇄됐다. 기껏 할 수 있는 게 법이 위임한 한도에서 시행령을 바꿔 일부나마 뜻을 관철하는 일이다. 그런데 거야는 그것마저 막겠다고 한다. 시행령이 위법한지 여부를 국회 상임위가 판단하고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정부는 처리계획을 즉시 보고토록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별의별 해괴망측한 법안들을 찍어내고 있다.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돼 맘만 먹으면 나흘 내 법안 처리도 가능하다. 소수여당은 속수무책 손놓고 있다.

대통령이 제왕적이 되려면 여대야소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여당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만 바라보는 중이다. 여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윤 대통령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누가 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했던가'라며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

국회에 막혀 자신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관철시키지 못할 때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의회(국회) 해산권이다. 이번 22대처럼 국회의 전횡과 맞닥뜨렸을 때를 상정한 장치다. 정작 제왕적 대통령이라면 국회해산권이 주어져야 한다. 국회해산권도 없는 대통령을 제왕적이라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른바 '87체제' 이전 국회해산권은 진짜 제왕적이었던 군 출신 대통령들에게 권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국정의 집행력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써 순기능도 컸다. 지금처럼 거야가 장악한 국회와 행정부가 대립해 아무것도 결정 못하는 무기력에 빠지느니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하게 함으로써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였다.


권력분립을 위한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주는 것은 원칙에 반한다는 말은 헛소리다. 프랑스는 대통령에게 의회(하원) 해산권을 부여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의회 해산 결정을 내렸다. 87체제는 독재에 데인 민심이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데만 급급한 데서 나온 결과다.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빼앗으니 상대적으로 국회권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은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으로 여당 영수로서 지위도 약화됐다. 총리 국회 임명동의와 장관지명자의 국회청문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왕적이지 않다. 오히려 국회가 제왕적이다. 단 여소야대에서도 통치스타일에 따라 대통령은 '제한적 제왕'이 될 수는 있다. '재상적 수완'을 갖는다면 말이다. 재상은 통수권자는 아니지만 국정을 이끄는 커뮤니케이터다. 몇몇 역사속 명재상들을 떠올리면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재상적 리더십이란 자리를 한 계단 내려와 국정 파트너들과 무릎을 맞대고 협상하고 토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제왕적 통치는 못하더라도 '재상적 정치'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정치력을 발휘할 '정치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만 해도 '범법자 이재명'과 마주할 수 없다며 바라보지도 않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만나더니 그후 어떤 성과가 나왔는지 알려진 게 없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쓰레기 법안들을 쏟아내는 걸 보고만 있지 말고, 말리든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든 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의 일탈이 온통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막으려는 데서 나왔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거부권만 행사할 건가.

거야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권은 대통령 거부권의 함수다. 거야 국회는 제왕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식물화되면 국회도 식물화된다. 거야는 잠꼬대 같은 '제왕적 대통령'을 되뇌이지 말고, 말도 안 되는 쓰레기 법을 양산해 스스로 올가미를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 문제는 허구의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이 되려고 하는 거야 국회다. 차라리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돌려주자.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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