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비즈니스여행객 회복은 더뎌
2024년 이후에나 코로나 전으로 갈듯
IT·디지털화 투자 확대 효율경영 박차
항공기리스료 절약, 화물운송이 돌파구
2024년 이후에나 코로나 전으로 갈듯
IT·디지털화 투자 확대 효율경영 박차
항공기리스료 절약, 화물운송이 돌파구
![[이규화의 지리각각] 보복여행 폭증예고에도 항공사는 왜 울상일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106/2021060402109969660001[1].jpg "[이규화의 지리각각] 보복여행 폭증예고에도 항공사는 왜 울상일까")
그러나 이제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중이다. 백신 때문이다. 국내 백신접종 상황을 보면, 3일 기준 1차 접종자가 674만 1933명으로 전체 인구(5134만 9116명)의 13.1%에 이르렀다. 2차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는 222만 728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였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우리보다 훨씬 높아 미국은 1차 접종자가 인구의 절반을 넘었고 2차까지 마친 사람도 40%에 달한다. 백신은 사람들을 공간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여행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일부 국경을 넘는 항공여행이 열렸다.
항공 및 여행업계는 백신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세계 각국이 '백신여권'을 전제로 국경을 열게 되면 해외항공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메모리얼 데이 휴가시즌에 미국 항공여행객은 하루 196만명에 달해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올 여름께는 미국에서 항공여행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서도 국내선 항공편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다. 이제 각국이 국경만 열면 된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이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그들을 맞을 항공사들은 여전히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다. 여행객은 크게 늘겠지만, 2019년 수준까지 항공사들의 매출이 회복되려면 앞으로 4년은 더 걸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은 세계적 컨설팅그룹 맥킨지가 지난 4월에 낸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항공운송산업 외형은 전년 대비 60% 감소해 3280억 달러에 그쳤다. 2024년이 돼야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봤다.
그럼 보복여행 폭증이 예고되는 데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왜 울상일까, 맥킨지 보고서를 토대로 그 이유를 알아본다. 맥킨지는 글로벌 항공운송산업이 다음 다섯 가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비즈니스여행 수요는 회복이 더디다 =비즈니스여행(business travel) 수요는 ICT를 활용한 원격근무와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따라서 비즈니스여행(business travel) 수요는 2024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요의 80% 정도까지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상의 회복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보복여행을 이끄는 것은 바로 레저여행(leisure trip, 관광여행)이다. 이 수요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수익(profit)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여행객이 이용하는 장거리 비즈니스석에서 큰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보복여행을 떠나는 레저여행객들의 대다수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이런 변화는 항공사들로 하여금 가격정책을 다시 짜도록 할 것이다. 전에는 논스톱과 경유노선간 가격 차가 컸는데, 앞으로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직항에 높은 가치를 두는 비즈니스여행객들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항공사 막대한 빚은 항공료 올리고 정부 입김 증대시킬 것=글로벌 항공사들은 2020년 1800억 달러의 빚을 냈다. 같은 해 수입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2024년까지 항공사들의 빚은 수입을 뛰어넘을 것이다. 이는 항공료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항공여행 수요의 폭증은 단기간에 항공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입김이 강화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서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포르투갈의 TAP 항공, 독일의 루프트한자그룹, 발틱국가의 발틱항공 등은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됐다. 정부가 주요 주주가 됨으로써 항공사들은 온실가스 감축이나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정부의 통제를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대응에 따라 항공사간 성과 갈릴 것 =효율 경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재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IT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항공업계는 지금까지는 이 분야에 수입의 5% 정도만 투입했다. 이는 금융권의 10%, 산업 평균의 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항공사들은 IT와 디지털전환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모바일앱을 통한 항공권의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릴 것이다.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예약, 체크인, 탑승 과정에서 새로운 소비자경험을 체험하게 한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앞서 만드는 항공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호황을 구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항공사는 낙오될 것이다.
◇항공기 시장은 당분간 초과공급=당연한 것이지만 항공수요의 완전한 회복에 이르기까지 항공기는 수요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구입이나 리스 비용은 항공사 전체 지출의 10~15%를 차지한다. 항공사마다 항공기리스업계와의 협상으로 이 금액을 줄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잉 777-300ER 기종의 경우 2019년에는 월 리스료가 120만 달러(13억3680만원)였으나 2020년에는 88만 달러(9억1520만원)로 떨어졌다. 심지어 신기종 항공기마저 네고에 따라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가격에 임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재무적으로 허용된다면, 공격적 항공사들은 지금이 향후 늘어날 항공수요에 대비해 싸게 신기종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항공화물 시장도 돌파구 =코로나19 국면에서 많은 항공화물 운송은 적잖은 항공사들한테 생명줄이었다. 코로나19 이전 항공사들의 항공화물 운송 수입은 전체의 12%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0년 이 비중은 3배 뛰었다. 항공화물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e커머스의 급증이 있다. 상품 교류는 사람 왕래가 줄어든 것만큼 위축되지 않았고, 원격업무 증가로 샘플 등의 운송은 항공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있다. 여객과 화물을 복합 운송하는 복합운송(preighter=passenger+freighter)을 시도하는 항공사들도 있다. 항공화물 시장은 당분간 항공사 공급 위주의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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