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칼럼] 착시현상 속 경기회복](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102102269061001[1].jpg "[표학길 칼럼] 착시현상 속 경기회복")
지난 1분기 동안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의 수출증가와 '보복소비'(pent-up consumption) 형태의 1회성 소비증대에 의해 GDP 성장률 회복을 이루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우리는 착시현상에 의한 경기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여야 한다.
첫째, 정부의 백신확보 물량과 도입시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방역대책과 백신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경기회복 대책들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경기하방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다.
둘째,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및 일반근로자가 전부 거대한 '부채의 늪'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공기업 경영공시가 시작되었던 2016년에 9조원에 달했던 공기업들의 단기순이익은 2017년(4조200억원), 2018년(2조원), 2019년(1조2000억원)으로 3년 연속 줄어들다가 2020년에는 공기업 경영공시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공기업 36곳 가운데 절반인 18곳이 적자였다고 한다.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 '도덕적 해이' 속의 '낙하산 인사'에 의한 방만한 경영의 결과였던 것이다.
셋째, 기획재정부의 2021년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2021년 1월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는 전월(2020년 12월) 대비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증가하였으나 광공업 생산, 서비스업 생산, 건설투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대비 마이너스(-) 0.2%, 1년 전보다는 -2.0%를 기록했다. 우리는 이같은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율이 계속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에 의하면 은행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5명 중 1명은 부실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결과 은행권이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에 대비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적립 규모가 5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실징후 여신비중은 은행권(20.4%) 및 저축은행권(27.3%)으로 추계되고 있다. 특히 작년 4월 이후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에 따라 만기연장되거나 이자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은행 건전성 분류상 '정상'으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러한 조치 종료 이후 부실징후 여신의 부실화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마지막 하방 리스크는 일반근로자의 고용보험료와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어 코로나19 위기 속에 설상가상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에만 해도 10조2500억원이 쌓여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집권한 다음해인 2018년부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황된 정책의 실패로 코로나19가 있기 훨씬 전부터 고용보험료의 지출이 급증하였기 때문에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으로 4년간 2조6600억원을 쓰고 코로나 19가 있기 전인 2019년에 이미 실업급여 수령기간과 액수를 대폭 올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까지 겹쳐 기금 적자가 6조원가량 발생하자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4조7000억원을 빌려오고 세금 1조1500억원을 투입해 겨우 적자를 메웠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3년 연속 고용보험료 인상계획을 세우고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건강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고용보험료와 건강보험료의 피해는 보험가입자들과 국민들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k-방역'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백신대책 수립에 소홀함으로써 경기회복을 지연시켜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착시현상 속의 경기회복이라는 또 다른 '정책홍보'에만 매달리기에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전체의 '부채의 질곡(debt overhang)'이 너무 엄중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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